커피 한잔 보다는 휴가 한모금
일이 있어 반차를 냈다.
사무실을 나가면서 문득 옆자리 짝꿍이 생각이 났다.
지난번 연차를 썼을 때 옆자리 짝꿍이 왜 자기한테만 말 안하고 갔냐며 서운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그의 성격상 서운하다기보다는 자기 혼자만 모른 것에 대해 알 수 없는 짜증을 낸 것이다. 같이 밥먹는게 부담스럽냐라든지 혹은 옆자리 앉은 사람인데 어찌 자기만 모를수가 있냐라든지...
하여간 희한한 그의 성격 패턴상 또 요상한 톡이 날라올까봐 미리 일이 있어 조퇴한다고 톡을 날렸다. 그랬더니 퇴근 중이던 30분 후 답장이 왔다.
쿠폰이 있어서 1+1 커피를 사왔는데 그리 가시면 어쩌냐면서.
그저 그러려니한 아메나 한잔 되겠지 싶었는데 그가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속의 커피는 누가봐도 비싸보이면서 먹음직한 아이스크림이 올려진 향긋해보이는 커피였다.
보란듯이 사진을 찍어 보낸 것은 반차를 쓴 것에 대한 네번 죽어도 알 수 없는 또 그만의 묘한 감정이 돋은 게 분명했다. 짐작컨대 커피를 정말 줄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고 반차를 쓰고 간다는 것에 대한 뭔가의 보복의 증표 같은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걸게다. 예를 들어 어떤 징표를 보내 복수의 칼을 갈고 있음을 협박하는 것처럼 말이다.
냉동실에 넣어진 커피 사진을 보내왔길래 내일 드시라고 할 줄 알았더니 이건 자기 퇴근하면서 먹겠단다. -_-; 너 왜 이런 사진을 내게 보내는 건데? 당췌 알 수 없다.
그래, 자꾸 너의 눈치때문에 반차를 쓸 수가 없을 것 같아
그렇지만 말이다.
눈치보여도 쓰는 게 휴가다.
안녕.
나는 간다.
너는 커피 따위나 마셔라.
난 휴가 님을 쓰시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