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시렁궁시렁
학교 선생님이 시킨 탓도 있었지만 나름의 생각을 그리고 하루의 일과를 기록해 놓고 싶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기를 스스로 불쏘시개처럼 홀라당 태워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한번은 초딩때의 일인데 티비에서 너무도 재미난 애니메이션을 방영해준거죠. "수퍼초인 로키"인가? 그걸 보고 나도 초능력자가 되면 좋겠다란 생각을 일기에 적어뒀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식사중에 아버지께서 네 꿈은 무어냐 라고 물으시는데 제가 곰곰이 생각을 하던 중 옆에서 어머니 왈,
"초능력자?"
이러시는 겁니다.
식사를 마치고 난 뒤 일기를 싸그리 불에 태워버렸습니다.
그렇게 일기쓰는 일을 한동안 안하다가 대딩때 썼는데 지금의 아내인 당시에는 여친이었던 마나님께서 저보고 일기를 쓰냐며 보고싶다 하시는 겁니다. 너무도 순진한 탓에 순수한 마음에 오픈을 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건
"누구 누구 좋아했었네?"
아, 짝사랑 얘기도 써 있었던 게 그제서야 생각이 나더군요. 그리고 타이밍만 생기면
"왜, 걔랑 사귀지 그랬어."
그래서 일기장을 바로 불쏘시개로 써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저의 역사가 사라진 것에 대한 깊은 후회만 남습니다. 주변 강국에 의해 침략을 당해 불태워진 역사서 마냥 안타깝다는 생각이 절실합니다.
흠. 어머니와 아내라.
주변 강국은 확실하군요.
조만간에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독립을 선포해야할까요?
날이 춥습니다.
추운 날에는 궁시렁궁시렁 대며 잡생각을 하면 시간이 잘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