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속에 사는 걸지도
일찍 눈을 떴다. KTX로 향했다.
처음 타는 것도 아니니 익숙해진 KTX를 타는 것 쯤이야 누워서 떡먹기였다.
열차가 들어오고 탑승을 하니 아주머니 무리가 입구를 막고 있었다. 자기들끼리 여기 앉네 저기 앉네 하며 길을 막고 있었다. 먼저 길을 터주고 난 다음 자리 정리를 해도 될 일인데.
거기서 혼을 뺐겨버렸다.
겨우겨우 안으로 들어가 6D 좌석에 앉으려니 콘센트에 폰과 블루투스 이어폰이 충전중이었다.뒷자리의 친구가 급하게 일어나더니 충전중이던 걸 회수해갔다.
콘센트가 매 라인마다 설치가 되어 있는 게 아니다보니 내 자리에서 충전중이었나 보다. 수거해가는 걸 그냥 놔두라 그럴걸 그랬나? 내 폰은 충전 만땅이었는데.
이어폰을 꺼내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는 사이 KTX는 다음 역에 섰다. 사람들이 타더니 누군가 옆으로 와서는 어깨를 건드렸다.
"자리 맞으세요?"
당황스러웠다. 지금까지 잘못 앉은 경우는 없었다. 얼마전에도 다음날 꺼를 하루 앞당겨 탑승하곤 내게 와 자기 자리라며 당당하게 말하던 이가 있었었다. 그런 일이 있은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또 같은 일의 반복인건가?
당당하게 말했다.
"저 6D 맞는데요?"
"6D요? 그럼 앞자리신 거 같은데요?"
그제서야 천장에 붙은 자리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확인하니 "5D"가 아니던가. 분명 6D에 앉아 있었는데 왜 난 5D에 앉아있는걸까? 난 분명 6D에 앉았었는데...
부끄러움이 가슴 문을 열고 불쑥 들어왔다. 더 부끄러웠던 건 뒷자리에 있던 사람의 충전까지 방해하며 남의 자리에 당당하게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뒤도 안 볼아보고 앞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도 부끄러움 그 녀석은 가슴속에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리는 순간까지도 마치 경주마가 앞만 보고 달리듯 그렇게 황급히 빠져나왔다.
실수란 누구나 한번쯤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보다 더 당황스러운 건 실수인 상황을 정상인 상황이라고 착각을 하는 것이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정상인걸까, 아니면 오류일까. 잠깐 주위를 둘러 사소한 것들을 확인할 필요는 있다.
당신이 앞만 보고 달리는 이유는 실수를 인정하기 싫어서 너무도 부끄러운 탓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