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그녀
그녀는 매일 밤낮으로 내게 오곤 한다. 출근 직전에 올 때도 있고 퇴근하자마자 올 때도 있다.
어떤 날은 아침에 일어나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피곤에 쩐 잘 익혀진 파김치가 되어 오기도 한다.
아침에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오는 그녀가 참 좋다. 화장끼 하나 없고 두 눈과 볼이 모두 부어있긴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은 너무도 사랑스럽다. 그래도 잠이라도 푹 잔 듯해서 얼마나 다행인 건지.
하지만 그녀가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오든 혹은 파김치가 되어 오든 화장을 했든 안 했든 어쨌거나 그녀의 손길을 타는 것을 너무도 좋아한다. 그리고 그녀가 나를 데려가 씻겨줄 때에는 한없이 행복해진다.
차디찬 물을 온몸에 끼얹을 때만 해도 왜 나한테 그러나 싶어 너무도 얄미워진다. 너무 추워 부들부들 떨며 그녀를 잠시 원망하려고 하면 그러지 말라고 그녀의 따스한 손이 나의 온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면 난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기분 좋아진다. 변덕이 죽 끓듯 한다. 특히 그녀가 나의 엉덩이를 뽀드득 소리 나게 씻겨줄 때가 제일 좋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나를 거르는 날이 가끔 있다. 그런 날은 너무도 끔찍하다. 이 비좁은 공간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건 지루하고 삭막한 일이다. 그녀가 오지 않는 날이면 난 어김없이 빨간 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래도 오지 않으면 볼마저 빨갛게 칠한다. 그녀는 언제나 나의 그런 모습을 좋아했으니까.
오늘 그녀가 내게 왔다. 원래 지금 올 시간이 아닌데.
새벽에 깨서 그런지 그녀는 상당히 힘없어 보였다. 아침에 봤을 때보다 더 눈과 볼이 퉁퉁 부어 있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자서 그런 건지 안아주고 싶어 졌다. 한 숨 더 잘 자라고 토닥여주고 싶었다.
좀 더 푹 자지 그랬어. 왜 자다 깬 거야. 그녀를 위로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언제나 그랬듯 내게 아무런 말도 없이 나를 씻기러 데려갔다.
차디찬 물을 또 끼얹었다. 아직은 겨울이 다 가지 않은 초봄이라 그런지 찬물이 너무도 싫다. 찬물이 끼얹히는 순간의 고통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래도 이 짧은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녀는 나를 따뜻하게 만져줄 것이다.
그래, 뭐 이따위 순간의 고통쯤이야.
그녀의 손이 또 나를 안아준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뽀드득뽀드득 소리 나게 엉덩이를 만져준다. 너무도 행복한 순간이다.
물기를 털어내자 이내 곧 그녀의 체온이 고스란히 느껴질 뜨거운 입술이 다가온다. 아, 입맞춤인가? 드디어 그녀의 입술이 포개지며 빨갛게 칠했던 볼이 뜨겁게 타오르며 순간 터져버린다.
나는
그녀의
냉장고 안의
토마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