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못하는 사람은 이곳 저곳에 흔적을 남긴다.
하여간에 몸으로 하는 모든 것에 대해 대체로 몸치다.
대부분의 운동에 젬병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타를 치는 종목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태권도와 탁구다.
탁구는 읍내 탁구대회에도 출전하셨던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은 탓인지 처음부터 어렵지 않게 배웠다. 그렇다고 수준급은 아닌 말 그대로 평타다. 그런데 탁구 안친지 20년이 넘었다. 지금쯤 다시 친다면 못하는 게 맞다.
태권도는 도장에 다니다보니 초등학생 때 1단 3급까지는 땄다. 정확히는 15세 미만이었으니 1품 3급이 맞겠다. 그나마도 이젠 다리가 찢어지지도 않거니와 기억이 나는 거라곤 태극 1장 뿐이다. 그러니 지금쯤 자세잡고 한다치면 역시나 못하는 게 맞다.
그렇다 나는 몸치다.
서두가 좀 길었다.
몸치라 그런 것인지 또한 집안일에도 몸치다. 하여간 움직이는 모든 게 그렇다. 그래서 그런지 집안일을 하면 동물들의 영역 흔적을 남기는 것처럼 꼭 흔적을 남긴다.
대체로 일꾼을 불러다 하면 뭔가 반듯하고 마무리가 깔끔하다. 하지만 내가 손만 댔다하면 뭔가 삐뚤하고 뭔가 어리숙한 흔적을 항상 남기곤 한다.
분명 화장지걸이를 달려고 벽에 드릴질 하기 전에 펜으로 선을 그어두었을 때만 해도 반듯했다. 그런데 왜 드릴질을 하고 난 후 나사못을 박으니 삐뚤할까. 참으로 기이하다.
게다가 나사못이 벽건너 화장실 전원버튼을 밀어내기까지 했다. 구멍 위치를 거기까지는 생각을 했어야지. 이건 뭐 답이 없다.
그래도 대충 걸으니 쓸만하기는 하다.
내친 김에 물 새는 화장실 수도꼭지도 교체 했다. 관이 하도 빡빡해서 돌리다 부서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마다 이건 좀 잘 설치했다 싶었다. 나름의 뿌듯함을 즐기려는데 갑자기 아내왈
"이건 뭐야?"
이건 뭐야. 이건 뭐야. 이건 뭐야.....
머리속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맴돌며 놀란 눈으로 아내의 손을 바라보았다. 황당했다. 아내의 손에 쥐어져 달랑거리는 물체의 정체는 벽면 커버였다.
저걸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설치한 모든 것을 다시 거꾸로 해체해야만 했다. 그나마 양쪽으로 2개가 있어야는데 왜 하나만 있는 것일까. 다른 하나는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저거 안 달면 녹쓸려나?
나름 귀찮아 아내를 설득할 맘으로
"안달면 뭐 어때. 상관없을거야."
그러자 아내 왈
"보기는 안 좋네."
다는 것은 다시 단다고 쳐도 무엇보다도 아파트 복도에 있는 수도관을 다시 잠가야 했다. 바깥의 수도관은 겨울에 얼지말라고 솜뭉텅이로 똘똘 말려져 있다. 그런데 이게 어찌나 똘똘 말려져 있는지 빼는 건 쉬운데 이 솜뭉텅이를 다시 넣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넣다보면 뚜껑이 닫혀지지 않으니까.
나 몰라 하고 방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웠는데 아까부터 새끼 손가락이 화끈거렸다. 보니 어딘가에 베여 손가락에 피가 나고 있었다. 그렇다. 원래 일 못하는 사람들이 혼자 일 다 한것처럼 꼭 그마저도 흔적을 남긴다.
정리하면 이렇다.
나는 몸치다.
집안일도 몸치다.
집안일을 하면 흔적이 남는다. 삐뚤빼뚤.
꼭 일못하는 사람이 흔적을 남긴다. 혼자 아프다.
그리고 엄살도 심하다.
이번에도 눈치챈건가? 약상자 가져와 약 발라준다고 하던 아내가 잠시 손을 씻고 온다 하니 약 발라줄 생각을 안한다.
아프다. 너는 안 아프냐?
난 말이다.
너가 아프면.......
나는 안 아프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