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맣게 새하얗게

익숙한 물건이 있어서는 안될 장소에

by 생각하는냥

저녁으로 피자를 먹기로 했다. 퇴근을 하다 집 근처 피자집에 들려 주문을 하니 10분을 기다리라 한다. 마침 건물 지하에 마트가 있어 다녀왔다.


마트안은 마이크를 잡고 뭐가 얼마니 뭐가 얼마니 홍보라느라 시끄러웠다. 그러든지 말든지 눈 앞에 보이는 딸기와 짭짤이 토마토를 집어 들었다. 막상 그대로 나오려니 뭔가 허전해서 아침에 먹을 부침용 두부 하나도 덤으로 샀다.


피자집에 올라가니 이미 다 익혀져서 나온 뒤였다. 짐이 좀 많았다. 딸기에 토마토에 두부에 피자까지. 별도로 비닐을 타오지 않은 탓에 고민을 하다 가방 빈 공간에 두부와 딸기를 밀어넣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허기진 탓에 피자부터 먹어치웠다. 한조각 먹을땐 참 좋았는데 마지막 조각만 남을 때면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는 듯한 쓸쓸함이 가득해진다. 쪼큼이라도 천천히 먹을 걸. 아, 그래 후식. 가방안의 딸기를 꺼내 후식으로 대령했다. 그마저도 다 먹고나니 단잠이 기습해 온다. 예상치못한 복병에 그대로 쓰러졌다. 뭔가 하나를 놓친거 같은데 그게 뭐였더라.


일찍 잔 탓에 좀 일찍 눈을 떴다. 그래봤자 아침 시간은 시간도둑에게 강탈을 당하는 시간이다. 분명 여유있는 시간이었는데 눈만 깜빡였을 뿐인데 그새 시계 바늘이 뜀박질을 달렸는갑다. 왜 아침은 늘상 시간에 쫓겨 출근을 하게 되는걸까. 시간도둑의 본격적인 시간 탈취에 맥을 못 쓴다.


그렇게 부랴부랴 출근해서 가방을 여는 순간 뭔가 익숙한 물건이 있어서는 안될 장소에서 꺼내졌다. 이걸 어쩌냐. 두부였다. 그래, 어제 피자를 먹고 딸기를 꺼내곤 두부를 고대로 까먹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일단 회사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퇴근때 가져가기로 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고 그리고 지금은 어느새 집이다.

그러나 두부는 지금 사무실 냉장고에서 숙면을 취하고 계신다. 오메 어째쓰까나.

퇴근하면서 가져오는 것을 깜빡한게다. 냉장고에 넣는 순간 이외에는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찌 그리 새하얗게 몰랐을까. 새까맣게 새하얗게 기억에서 말소가 되어버리다니 세상에 이런일이. 다시 회사로 돌아가 가져올 수는 없지 않은가.


두부야 두부야,

잘 자렴.

이왕에 이렇게 된 거 내일은 나대신 출근 도장좀 찍어주라.

그러면 캬라멜마키아또도 사주고 술도 사주께.

안주는 두부김치로.


개풀뜯어먹는 소리다.

잠이나 자자.

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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