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았다.
어쩔수없다.
다행인 건 완벽하게 도둑맞은 건 아니다. 어딘가에는 분명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되찾아 올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이대로 분실하고 말 수도 있지만.....
글을 쓰려고 했던 소재가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뭔가를 쓰려고 했었는데 깜빡이에게 도둑을 맞았다. 깜빡이를 머릿속에 허락하지 않았는데 주인 몰래 드나든다. 그리고 어김없이 뭔가를 훔쳐간다. 아주 지능범이고 나쁜 놈이다.
가끔은 여배우 이름을 까먹기도 하고 가끔은 알고 있던 명사들도 까먹게 만들어 사람들 앞에서 난감함을 던져주기도 한다. 창피해하는 모습을 보며 즐기는 아주 변태스러운 놈이다.
맛있는 거 줄까? 꿀밤 어때?
약간은 이렇게 겁을 좀 줘야 가까이 오질 않는다. 그래도 코앞의 달콤한 먹잇감을 당체 놓으려 하질 않고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아무래도 내 머릿속 어딘가에 이 녀석이 마시멜로 같은 달콤한 걸 꼬불쳐 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머릿속에서 단내가 느껴지기도 한다.
아 뚜껑을 열어볼 수도 없고.
얼마전에 찍은 CT에는 의사왈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이 녀석 대체 그 달콤한 걸 어디에 숨긴거냐. 혹 깜빡이가 그 의사랑 한 통속인걸까?
깜빡아
남의 집에 들락거릴 땐 양손 무겁게 들려야 하는 게 예의라더라. 앞으로 양손 무겁게 들린다면 내 너의 출입을 영원토록 허하는 바이니.
대신 훔쳐가려거든 기억하기 싫은 기억만 추려서 가져가거라. 평생 은인으로 모시고 사마.
깜빡깜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