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 강림하사
70%.
주렁주렁 풍선과 함께 달린 여러개의 화살표들이 할인하는 곳을 알렸다.
뻔하겠지. 뭔가 새로운 건 없을 듯 싶었지만 직원들과 몰려갔다. 가자마자 직원들은 등을 돌렸다. 오로지 나만 롱패딩에 꽂혀 그 옷들 안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격이 59,000원? 게다가 거위털?. 디자인 무난. 별점 4개를 외쳐본다. 이내 지름신 강림하사 주머니 안의 카드를 불러내고 있었다. 이것은 강력한 주문이었다.
그때 문득 현타신이 나타나 가격비교는 한번쯤 해보라고 권장하셨다. 설마 이 가격보다 저렴한 게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에도 동일 가격에 판매중인 게 있었다.
뭐야. 어떻게 이 가격에 팔 수가 있는거야. 거위털이 아니라 그냥 솜인가?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변하며 바깥 구경을 나왔던 카드를 다시 주머니로 소환하였다.
가만, 그래도 지금 사면 배송비를 세이브 되는 거 아닌가?
주머니로 향하던 카드와 뒤돌아서서 떠나려던 지름신을 불러 세웠다.
아냐 아냐, 지금 사면 이걸 집까지 누가 들고 가게. 날도 더운데 미친 짓 좀 그만해.
난관에 봉착하자 카드가 다시 주머니로 넣어지니 불러 세웠졌던 지름신이 화가 나셨을 것 같았다. 미안미안 정말 미안해.
사무실에 들어와 다시 인터넷으로 롱패딩을 뒤적거렸다. 아까보다 이쁜 롱패딩 여러개가 보였다. 이것도 이쁘고 저것도 이쁘고 가격도 저렴하고. 근데 나 지금 이걸 왜 보고 있는거야. 지금 겨울도 아니잖아. 지금 살거야?
아니, 아까는 사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닥 사고 싶은 생각이 없네. 그냥 아이쇼핑 좀 하고. 그냥 단순한 아이쇼핑 말야.
그러다 창을 닫으려는데 그 즈음 구석에서 놀고 있던 화장품 광고 배너가 반짝반짝 거리며 나를 불러 세웠다.
이봐 이봐. 너 지금 스킨 다 떨어진 거 알아. 이리와서 나랑 놀자.
아, 맞다. 너랑 잠만 놀자.
둘이 노는 사이 어느새 폰이 찌잉하고 울렸다. 카드결제 문자였다.
이걸로 나의 하루 쇼핑은 끝난거야 라며 창을 닫으려는데 이쁜 은색의 텀블러 두녀석이 다시 나를 불렀다.
야 너 지금 가면 안돼. 여기 있는 이 책들 중에 한권을 사면 나를 데려갈 수 있어.
정말?
텀블러 녀석에 끌려 이벤트 내용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말야. 이 책들 중에는 내가 특별히 사고 싶은 책이 없는 거 같아. 게다가 지금은 읽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책을 산다면 서너 페이지 넘기다가 라면받침으로 쓰고 말거 같다구.
아냐 아냐. 이 책이 라면받침이 된다하더라도 넌 나를 데려갈 수 있단말야. 나 이쁘지 않아? 텀블러의 꼬리가 살랑살랑 거리며 계속 꼬드기고 있었다.
너 요즘 책 얼마나 읽었어? 나랑 대화좀 하려면 교양 좀 쌓아야지 않겠니? 게다가 난 이렇게 이쁘기까지 한데. 날 데려가고 싶지 않아? 정말 이렇게 포기할거야? 실망이야.
아니 아니. 널 데려가고 싶어서 무슨 책을 살까 고민하고 있잖아. 잠만 기다려봐. 널 꼭 데려갈께.
폰이 다시 울렸다. 결제 문자가 왔다. 정말 라면받침으로 살만한 책으로 고른 것이다. 그리고 텀블러는 올지 안 올지 모르겠다. 소진될 경우는 안 준다고 하는데.
그런데 말이다.
정말 라면받침만 오면 어쩌냐?
어쩔 수 없다.
만나는 사람마다 라면먹고 가라고 할 수 밖에.
라면은 누가 끓이지? 와이프?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