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법칙2

우연이 겹치면 심술궂은 조물주가 날궂이를 하는 거다.

by 생각하는냥

비 오는 수요일이어서 그랬나? 빨간 장미를 선물로 받아서 어제만 기분이 좋았던 걸까? 누구? 조물주님 말이다.


담당자의 휴가 1주일 동안 인수 인계자로서 별일이 없기를 바랐지만 첫날부터 시끄러웠었다. 그러다 어제 하루 조용하길래 이제 좀 조물주의 심술이 잠잠해지는 줄 알았다. 담당자가 있는 동안 아무 일도 없더니 그의 부재를 알았다는 듯이 일이 빵빵 터지는 건 조물주의 장난이라고 밖에는 더할 말이 없지 않은가. 그러다 어제 하루 조용하길래 그의 심술이 이제 좀 가라앉은 듯 보였다. 그러나 어제만이었다. 하루 지나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 폭죽 터지듯 한다.


사고를 칠만한 사람도 사고를 칠만한 사유도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머로 정수리를 내려친 것만 같은 황당한 사고가 터졌다. 심지어는 그런 일을 대비해 미리 백업시스템이 가동이 됐었는데 하필이면 그 백업시스템도 멈춰 있었다는 게 완벽한 설정이었다. 하필 굳이 이 시점을 맞춰 제대로 터지나. 이도 약한데 굳이 빅엿을 먹이신다면 그대 너무도 악하십니다.


중요한 파일이 삭제되어 긴급 상황이 발생하였다. 백업시스템이 작동하니 백업을 하려고 하였으나 하필이면 백업시스템도 작동을 멈춘 상태였다. 마치 추리소설 속의 계획범죄가 아니고는 일어날 수 없는 그런 일이 갑자기 그것도 오늘 생긴 것이다. 혹시라도 누군가 백업이라도 해뒀나 싶어 여러 방면으로 확인해봤는데 복구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최종 백업본은 자그마치 두 달 전꺼여서 그동안 수정되었던 내용은 복구할 방법이 없었다.


침착하고 해당 파일을 찾다가 다른 폴더에서 때깔이 비슷한 녀석이 보였다. 원래 그 폴더에는 그 녀석이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그런 곳에서 비슷한 녀석이 보였다. 재차 확인해보니 때깔이 비슷한 그 녀석이 내가 찾고 있던 그 녀석이었다. 누군가 마우스 질을 하다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 드래그질로 이동을 시켰던 모양이었다.


누가 봐도 인재지만 범인을 찾을 수는 없었다. 사고를 친 것으로 보이는 몇이 모두 부정을 하니 찾아낼 방법이 없다. 그러니 이건 조물주 말고는 답이 없다. 그런 오류의 인간을 만든 것도 조물주니 조물주 탓이다. 우연이 겹치면 심술궂은 조물주가 날궂이를 하는 거다.


자꾸 날궂이를 하는 건 비 오니까 하는 게 아니라 재물이라도 바치라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가진 거라곤 내 몸 밖에 없는데. 혹시 원하는 게 나의 수청은 아니겠지. 삼시세끼 밥만 잘 챙겨준다면 수청이야 들 생각도 있지만 잘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 매우 게을러서 심부름시키면 짱 박히는 게 일이고 반항끼도 다분한데 말이다.


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고 나니 진이 빠져 일하기가 싫다. 어딘가에 짱 박혀 한숨 자고 오면 딱 좋으련만. 그럼에도 담당자의 휴가가 끝나는 내일 오후 6시까지는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텐데. 사람들이 모두 다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내일 오후 6시까지만.


거울을 보니 입술이 삐죽 튀어나와 있다. 1주일동안 호되게 당한 탓이다.


그러고보니 "햐." 몰랐다.

삐죽 튀어 나온 게 키스하기 참 좋은 입술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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