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

하루의 시작은 늘 그렇게 거시기하게 시작한다.

by 생각하는냥

해가 가려지면 장마로 걱정이고

해가 쨍쨍하면 폭염으로 걱정인 여름이다.


'적당히 해라.'

라고 말해보지만 알아먹을 위인은 아니다.


그래도

해가 가려지면 덥지 않아 좋고

해가 쨍쨍하면 날이 빛나서 좋지 않은가.


여름날의 작렬하는 뜨거운 햇볕이 일 년 중 이 시기 말고 언제겠나.

죽을 만큼만 아니라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맞아가며 비록 눈 찡그리고 바라볼 망정 창밖의 강렬한 태양빛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그러니깐 당신, 덥다고 울상 짓지 말고 오늘만 힘내라. 누가 그러더라. 이 또한 지나간다고.


급하게 출근 준비를 하다 속옷을 입던 중 갑자기 급한 업무파일을 이메일로 보내야 할 게 생각이 났다. 속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상태로 급하게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을 보내고 있는데 그때 그런 나의 모습을 아내가 보더니 한 마디 왈.


"딱 걸렸어."


어? 뭘 걸렸다는 거야. 그거 본 거 아니라고. 이봐.



늘 아침 현관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튀어나오는 모습은 용수철 튀어나오듯 하다. 사무실에 갈 때면 느긋한 마음으로 나온 적이 거의 없었던 듯싶다. 늘 용수철 튀어 오르듯 그렇게 현관문을 나선다. 오늘도 전쟁터로 나서듯 거시기가 그렇게 또 시작한다.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파이팅이다.

누구랑 자꾸 싸우라고 그러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땐 늘 똑같은 레퍼토리의 문자에 귀찮아했었다. 나쁜 새끼.


늘 가던 징검다리는 여름이라 피하고 있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수많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평지를 걸어도 땀이 피부를 뚫고 피어오르는 판에 폭염 속의 계단은 장애물이었다.


며칠 동안 장마로 안양천이 불어나니 징검다리는 이틀간 잠겨 있었다. 그 와중에 잠긴 징검다리를 신발은 벗고 건너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 그냥 돌아서 가는 게 더 나을 텐데. 더러 돌아가는 게 귀찮더라면 이틀만 택시를 타고 가도 좋을터인데.


안양천은 생활하수를 정화한 물이 합류하여 흐르는 내천이다. 고로 피부에 닿으면 그다지 좋을 리가 없다. 그걸 저분들이 모르시는 건 아닐 텐데. 깊지 않은 내천이더라도 자칫 미끄러져 빠지면 생활하수를 맘껏 드실 수 있는 혜택이 기다린다.


저건 용기일까, 아니면 돌아가기 귀찮아 선택한 게으름일까.


오늘도 내천은 끊임없이 흐르고 나의 출근 발길은 여전히 빠르며 오늘따라 햇볕은 쨍쨍이다. 그래 오늘도 난 파이팅이다. 새꺄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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