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따라 생각 따로

가끔은 생각한다. 아마도 전생에 x 가 아니었는지.

by 생각하는냥

의사가 잇몸에 극소의 마취라더니 집에 오니 잠이 소르르 쏟아졌다. 아마도 마취랑은 관련이 없었을 것이다. 배 고프고 고단하니 오는 자연스러운 잠이었다. 도저히 버릴 수 없는 잠이었다. 금요일 초저녁이었다.


아내도 딱히 저녁 먹을 생각이 없다 하더니 한참 잠에 취한 내게 닭을 시켜먹자며 주문을 하라고 자는 사람을 깨웠다. 그래 봤자 시켜주지 않을 테다. 잠 와 죽겠으니 알아서 시키라 하고 나 몰라라 자버렸다. 그다지 깊은 잠은 아니었는데 꿀맛 나는 단잠이었다.


벨이 울렸다.

비몽사몽간에 아내가 결국 닭을 주문한 걸 알아차렸다. 그러든지 말든지 치킨은 나의 최애 음식은 아니었다. 그저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치킨이 왔음을 알자 발악하며 현관으로 달려드는 강아지를 잡아야 하는 임무를 하명받아 결국 단잠에서 깨야만 했다.


치킨 배달 아저씨가 가고 나서야 강아지를 놓아주니 녀석은 치킨을 들고 있는 여주인에게 가 온갖 애교를 부리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여주인을 홀리기 시작했다. 그러든지 말든지 좋아하지도 않는 치킨이야 먹든지 말든지 도로 누웠다.


그런데 치킨 뚜껑을 여니 튀김의 향이 램프의 요정이라도 된 듯 콧구멍으로 들어와 뇌를 자극하더니 자기를 한입만 먹어보라고 유혹을 한다. 이런 미친. '넌 나의 최애 음식이 아니라고.' 마음속으론 그렇게 외쳤는데 몸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는 어느새 치킨 앞에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나 맞나?


그때 여주인의 옆에 앉아 눈동자와 마주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강아지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낯설지 않은 눈동자다. 혹시 내 눈동자가 저러한가?

하필이면 그때 아내가 말하기를 둘이 똑같다 한다. 음식만 가져오면 왜 둘 다 자기를 귀찮게 하냐며. 존심이 구겨졌다. 그래도 난 사람이니 존심은 지키자.


아냐. 난 안 먹을래.

그러고는 부엌으로 가서는 밥을 챙겼다. 그래. 치킨은 나의 최애가 아니야. 그러니까 난 안 먹을 수 있어. 밥 한 그릇을 뚝딱 다 먹었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니 치킨 몇 조각이 남아 있었다. 튀김은 아직도 빠삭빠삭해 보였고 붉으족족한 양념은 매콤한 달콤함이 빨간 광채를 내고 있었다.


아냐. 난 배불러. 배부르다니까능.

하지만 이내 난 앉아 있었고 튀김 한 조각을 집어 들어 와사삭 베어 먹고 있었다. 내 몸은 왜 음식 앞에서 뇌의 통제를 받지 못하나. 가끔은 배부를 때도 먹는 걸 보면 내 식욕은 혀가 장악하는 게 분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새 튀김 한 조각의 뼈는 버려졌고 이내 손에는 빨간 양념이 묻어 있었다. 아마 거울이 앞에 있었다면 입술에도 양념으로 인해 입술이 유독 빨갛게 물들어 있는 걸 볼 수 있었으리라.


혹시 전생에 개였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치킨은 나의 최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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