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면 백퍼센트다.
가끔 뭐 하나 터지면 봇물 터지듯 그렇게 터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사람의 감정이 그러하다.
나쁜 짓을 하면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아무리 선한 의도로 악한 상대를 욕할지라도 욕설을 내뱉게 되면 그것 또한 돌아오는 것 같더라. 그러니 아무리 정당하다 하더라도 가급적 편안한 삶을 유지하려거든 남이 뭘 하든 마음의 평정이 최우선이다.
부메랑처럼 돌아온 화살이 가슴 깊게 꽂혀도 무덤덤할 자신이 있다면 무슨 욕설이든 비난이든 해도 무난하겠지만 언제 깨질지 모를 유리 멘털을 가진 덕에 그럴 자신이 없다 하겠다.
몇 해 전 어떤 직원을 데리고 있었다. 그의 말투는 야구로 비교를 하자면 폭투에 가까웠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을 던지는 스타일이었다. 관계를 생각해서 그런 폭투에도 노련한 프로 포수급으로 몸을 던져가며 잘 받아주었노라고 생각했었다. 어느 날 그는 이직을 하고 남남이 되었다. 그래도 나름 관계를 이어가 보겠노라고 같이 회사에 있을 때 공감했던 공동의 적에 대한 이야기를 던졌더니 그가 한다는 말이 이랬다. "팀장님 원래 그렇게 유리 멘털이었어요?" 네 가지 없는 건 여전하구나 싶어 그 이후로 연락을 끊긴 했지만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별의별 인간들을 다 만나봐서 멘털은 더욱 강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너무 많이 금이 가서 언제고 부서질지 모를 나는야 유리 멘털이었다. 그러니 누군가가 나를 향해 욕설이나 비난을 하면 가슴부터 두근거린다. 한근 두근 세근 네근 다섯근.......
대체로 나쁜 징조로 시작한 나쁜 일들의 나쁜 연대는 기어코 나쁜 결과를 가져오고 만다. 유리 멘털인데 일까지 꼬이니 별일 아닌 일에 예민하게 대응하는 건 당연하다. 더군다나 믿는 도끼에 발등까지 찍히는 더없이 재수 없는 하루이니 더없이 화가 날 밖에.
애초에 발단이 된 화의 시초는 옆 동료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냥 넘어가도 될 일에 고성을 지르는 통에 내 일이 아님에도 불씨가 가슴으로 전이되었다. 그 불이 심지를 타고 불꽃이 피어오를 무렵 그때 믿었던 도끼가 발등을 내리찍으니 기름을 부은 격이 되어 폭주하고 만다.
그러나 후회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원래 그렇게 순간에 멀어지기도 하는 법이다. 이미 그것 또한 운명이라는 예약된 시간이 되어 알람 시계 울리듯 울린 것이리라. 이런 경우는 오히려 뒤를 돌아보는 좋은 계기다. 그 믿었던 도끼님이 나를 그 정도로밖에 보고 있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후회하고 아쉬운 일이 아니라 오히려 다행인 일이다.
누군가의 11시간 기자 간담회를 보면서 배운 거 하나는 그 침착성이었는데 그런 보살 같은 침착성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알면서도 못하는 그것이다.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것이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했는데 이 말에 대해서 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내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면 백퍼센트다. 호랑이한테 잡혀 먹힐 확률이. 이왕에 먹힐 바에 맛없게 씹다가 버려지느니 갖은양념 발라다가 맛집처럼 털려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바닥 중의 밑바닥을 맛본 자는 더 이상 내려갈 데도 없으니 그보다 더한 것은 없으리라 본다.
한근 두근 세근 네근 다섯근.......
심장은 그렇게 계속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