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신상계 사람, 기자는 앵무새인가 금붕어인가.
오후 3시부터 새벽 2시까지 무려 11시간이었다.
조국 내정자의 기자 간담회에 걸린 시간이었다.
다 듣고 나서 내린 결론은 조국 내정자의 수준은 신상계였고 대한민국 기자들의 수준은 생각하는 것 이하의 수준이었다.
조국 내정자에 관련한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정황상의 의혹만으로 하루에도 수만 건의 기사를 써 내려가던 기자들이 무려 11시간 동안 던진 질문은 4가지로 간략하게 요약이 될 정도로 단순했다.
1. 딸 논문, 장학금
2. 웅동 학원
3. 사모펀드
4. 5촌 조카
이게 다였다.
11시간 동안 기자들이 질문을 한 내용이 이거밖에 되지 않았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오후 3시에서 6시까지는 업무 중이라서 띄엄띄엄 봤는데도 1시간 지나서 보고 또 1시간 지나서 봐도 질문의 내용은 위 4가지에서 무한 돌림을 하고 있었다.
같은 질문에도 불구하고 조국 내정자는 침착하게 부연설명을 곁들여가며 마치 스승이 제자에게 알려주듯 설명을 하고 있었다. 딸에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다소 격양된 답변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침착함을 절대 잃지 않았다. 나 같으면 책상 뒤집거나 아마 기자들을 향해 의자를 열 번은 던졌음직 했다. 그럼에도 똑같은 질문을 열 번 넘게 해도 어찌 저리 침착하게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그러자 나온 말이 "조국 보살"이다.
기자 간담회는 마치 경찰서 취조실이라도 된 듯 같은 질문만을 내뱉었다. 아니 여긴 기자 간담회지 취조실이 아니야. 취조는 검사가 하면 되는 거라고. 너희들은 기자지 검사나 형사의 권한을 가진 게 아니라고. 그럼에도 그들은 그들이 이미 정한 답을 듣고 싶어 하는 듯 계속 물었다. 아주 가끔 정말 아주 가끔 논외의 질문이 나오기는 했으나 색다른 건 크게 없었다.
그들의 반복된 질문을 하는 모습은 마치 앵무새 같았고 조국 내정자의 답변은 이해할 만한 수준의 답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이 원하는 답을 원할 때까지 무한 순환을 할 작정인 듯싶었다. 기억력이 나쁜 금붕어도 저쯤 되었으면 알아먹었을 텐데. 기자 간담회가 사람 한 명을 놔두고 앵무새와 금붕어의 향연이라니.
그래, 갑자기 가진 간담회니 질문을 미처 준비 못했을 수도 있어. 그런데 말이야. 하루에도 수만 건의 기사를 써 댔으면서 그 내용이 고작 4개로 압축된다는 게 너무 하지 않아?
결론은 이랬다. 내가 기자가 될 순 있어도 조국 내정자가 될 순 없더라는 것이다.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은 본인들의 역할을 다 했어야 했다. 당신들은 기자지 형사나 검사가 아니었음을 깨달았어야 했다. 그래서 질문의 방향을 바꿨어야 했다. 공수처에 대한 질문을 다각면에서 함으로써 왜 검찰 개혁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따져 물었어야 했다. 그들은 정치부 기자인가 아니면 삼류 연애소설이나 막장드라마의 스토리를 원하는 연예부 기자인가.
갑자기 생각난다. 오바마 방한 때 한국 기자들을 향해 질문을 받겠다 했더니 질문을 안 한 게 아니라 못했던 그때의 꿀 먹은 기자들 모습이 생생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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