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누구에게나 그러한 존재일 것이다
밖에는 간간이 미친 여자가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린다. 현관문을 여니 아무도 없다. 한낮의 귀신은 여름이 가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며 온 힘을 다해 마지막을 기념한다.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의 "아윌 비 백"을 말하듯 내년에 다시 오겠다는 마지막 인사라도 남기고 싶었나 보다.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간 탓인지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멈췄다 하기를 반복한다. 해는 구름에 가려져 비라도 올 것 같다가도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 햇볕을 쨍쨍 내려쬔다. 어마어마한 녀석이 올라오는 듯하다.
태풍이 오면 집안에 틀어박혀 있어야 하니 먹을 걸 사러 마트에 들렸다. 뭘 살까 하더니 닭볶음탕을 하자 한다. '아, 나 그거 싫어하는데.' 얘는 나의 최애 음식 목록에는 없는 음식이다.
'저를 가져가세요' 라며 닭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코너를 은근슬쩍 뒤돌아 서려는데 아내가 잡아당겼다.
어디가.
아니, 우리 다른 거 먹으면 안 될까?
어, 안돼.
카트에는 토종닭이 꽈리를 틀고 앉아 나를 비웃는다. 뭐 저딴 녀석이? 이따가 너를 프라이팬 위에서 괴롭혀 줄 테다. 기다려라. 끄응.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밤새 거센 바람에 떨어진 솔방울들이 거리에 듬성듬성 보였다. 그 가운데 어디선가 본 듯한 웬 털북숭이가 궁금증을 불러왔다. 가까이 다가가니 참새였다. 안타깝게도 마지막 여름의 발악을 버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것이었다. 어미새인지 아빠 새인지 알 길이 없지만 부모 새를 잃은 새끼들은 무사한지 모르겠다.
자연은 이렇게 험난하고 위태로운데 편안한 곳에서 밤새 푹 잠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냉장고를 열면 음식이 가득한 것에 (막상 열면 먹을 만한 것은 별로 없긴 하지만) 감사한다. 최애 목록에는 없지만 그래도 먹을 거 걱정 없게 해 준 닭 한 마리에 감사한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고 있음에 감사한다.
거리의 털북숭이 존재를 모른 채 걸어가던 아내가 그대로 걷다 보면 그 죽음을 발견할 것 같았다. 아내의 팔을 잡아당겼다. 놀란 아내가 왜 그러냐고 물었다.
"아니 그냥. 집에나 빨리 가자."
가족은 누구에게나 그러한 존재일 것이다. 보호하고 싶고 괜히 몰라도 되는 거 알리고 싶지 않고. 어서 집으로 빨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