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된 링링이는 지금쯤 하늘나라 어디에선가 혼을 당하고 있을지도
링링이라는 오랑캐가 대한민국을 훑고 지나가는 통에 나라가 난리다. 다행히 집안이라는 방벽 안에 숨어 있어 큰 우환 없이 난리를 보내기는 하였으나 뉴스를 통해 들어보니 심술을 부리다 못해 만행을 저지르고 간 모양이다. 심지어는 건물 외벽까지 싹 다 뜯어놓고 도망가 버렸다던데.
집안에 안전하게 있다 보니 뉴스 빼고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를 평온한 주말을 보냈더랬다. 월요일 출근길이 되어서야 밖에 나와보니 가관이다.
이발하고 나면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보기라도 하듯 거리는 온통 나무에서 떨어진 나뭇가지들과 이파리들로 널브러져 있었다. 그래도 도로가의 가로수는 이 정도로 끝났지 안양천 길에 들어서니 불과 얼마 안 되는 길을 가는 동안 뿌리째 뽑힌 여러 그루의 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봄 때만 되어도 아름다운 벚꽃을 피우던 나무들이었는데 말이다.
지나가는 몇몇은 신기하여 사진을 찍어갔다. 나 역시도 폰을 꺼내 들어 찍을까 싶었는데 참았다. 뭐랄까. 걔네들 입장에서는 굴욕이기도 하고 아픔이기도 하고 고통이었을 텐데 거기에 사진기를 들이미는 게 미안했달까?
이 못된 놈을 인터폴에 지명 수배하려 하였으나 뉴스를 보니 러시아 지역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다. 이걸 대체 누구에게 청구서를 보내야 하나. 링링이라는 최초 발견자에게 보내야 하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청구할 데가 하늘님 밖에 없네. 근데 하늘님 주소가 어딘교? 청구할 주소를 모르니 은근슬쩍 이대로 넘어가려나? 피해를 준 만큼 다른 보상을 주시려나? 그냥 넘어가실 하늘님은 아닐 터.
소멸된 링링이는 지금쯤 하늘나라 어디에선가 하늘님에게 혼을 당하고 있을게다. 못된 녀석이니 땅바닥에 코 박고 두 손 두 발 다 들고 서 있는 형벌이길. 똑바로 해. 바닥에 손 짚을 때마다 1시간씩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