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지니

성능은

by 생각하는냥

더웠다. 추석날 반팔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낼모레가 추석인데도 밤거리는 아직도 여름인 양 더웠다. 반팔에 반바지 차림인데도 초가을의 밤은 여전히 여름스러웠다.

꽈배기 빵이 먹고 싶다는 가족이의 소원 때문에 한밤중에 거리로 나섰다. 내가 램프의 요정 지니도 아닌데 왜 자꾸 내게 소원을 비는 것일까. 지니도 소원을 들어줄 또 다른 지니가 필요하다. 모 방송국의 생활의 달인인가 몬가 하는 프로그램에 꽈배기 달인이 나왔던 모양이다. 그 분 덕분에 가족이의 소원이 발동하였고 덕분에 집안에서 저녁을 먹고 편히 쉬고 있던 지니는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아, 나쁜 사람.

빠삭빠삭한 꽈배기 빵을 상상하며 도착한 빵집은 수개월만에 찾아간 탓인지 온데간데없었다. 가게 위치를 잘못 찾았나 싶어 몇 번이나 두리번거렸지만 그 자리엔 닭강정집만이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었고 그마저도 문을 닫았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빵집에 가니 하필이면 꽈배기 빵이 없단다. 꿩 대신 닭이라고 꽈배기 빵 대신 팥 생크림빵을 들었다.

지니의 미션은 아쉽게도 실패지만 소원을 빌었던 가족이는 좋아라 했다.

고것도 일이라고 다녀오니 고단했던 모양인지 잠이 들었다. 우리 집 지니는 아쉽게도 체력이 약하다. 몹쓸.

그러다 노래를 부르는 여자 목소리에 문득 잠이 깼다. 깜깜한 가운데 등 뒤에서 들렸다.

"가진 게 없는데" 하더니 뚝 그치고 조용했다. 잘못 들었나? 등 뒤는 창기였다. 순간 소름 돋아 궁금한 뒤쪽을 바라볼 수 없었다. 그러기는 약 5초?

그때 등지고 누워 있던 가족이가 뒤척이며 폰을 만지작 거리는 게 보였다.

"방금 노래 나왔었지?"
"어."
"가진 게 없는데 어쩌고 하는 가사 맞아?"
"몰라. 왜?"

그제야 등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음에 안심해한다.

우리 집 지니는 겁도 참 많다. 그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잠도 참 잘 잔다. 창문을 살짝 열고 창문 너머 후드둑 비 오는 소리에 새록새록 잘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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