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or 패키지

여행사여, 소비자는 더 이상 봉이 아니라 경쟁자다.

by 생각하는냥

시간은 많았다.


자유여행과 패키지여행 사이에서 고민 좀 했다. 둘 사이의 장단점을 고민하다가 길도 잘 모르고 의사소통도 어려울 것이니 자유여행보다는 패키지를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또한 아내 왈 어디를 가든 뭘 하든 알아서 결정하라고 했다. 본인은 관여치 않겠다며. 자유여행으로 했다가 헤매느니 차라리 패키지로 마음 편히 다녀오기로 했다.


정작 가고 싶었던 오키나와는 "NO JAPAN"때문에 리스트에서 제외시키고 보니 다른 여행지에서 가고 싶은 곳을 정하는 것도 그리 쉽진 않았다.


여러 패키지 상품들을 뒤져보았다. 패키지다 보니 어떤 사람들과 다닐지도 문제였고 마지막 날 쇼핑이 잡혀 있는 것도 문제였다. 쇼핑이라....


쇼핑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어 꺼려지긴 했다.

17년 전에도 패키지여행을 갔다가 쇼핑 때문에 여행기분을 망쳐버렸던 적이 있었다. 즐겁게 여행 마치고 마지막 날 쇼핑 대신 팁을 가이드에게 줬더니만 나중에 들려온 소리가 우리를 가리켜 '이상한 사람들을 만났다'라고 했다는 거였다. 허허.


그래도 17년 씩이나 지났는데 뭐라도 좀 달라졌겠지.


그러나 막상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여전히 패키지여행은 가이드와 여행자들 사이의 유대관계를 인질 삼아 물건을 흥정하며 저울질하고 있었다. 여행 내내 즐거웠었지만 자칫 쇼핑 타이밍에서 서로 얼굴 붉혀질 일이 발생하고 있었다.


여행사 홈페이지의 후기는 차마 가이드에게 피해가 갈까 봐서인지 쇼핑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여행 블로그들을 보면 쇼핑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막상 먼 나라 이국 땅에서 접한 물건에 대한 질을 판단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리고 대체로 가격대가 일반 마트나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판매된다. 많이 비싸다.


가이드는 분명 사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으나 그에게 돌아갈 수익을 생각한다면 한국인의 정서상 사주지 않을 때 그에게 발생할 것들을 생각하면 안 사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냥 팁으로 주면 그 역시 쇼핑몰에서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터이니 쇼핑몰과 여행사와의 모종의 계약관계라든지 가이드와의 관계라든지 좋지 않은 평점이 주어질 거라는 건 회사 생활 며칠만 해봐도 빤히 내다보이는 관계 아니던가.


그래서 딱 가이드에게 팁이라 판단될 정도의 것만 샀다. 딱히 아내도 말리지 않았으니 가이드 팁도 주고 물건도 사주는 거라는 생각으로 딱 그만큼만 샀다.


그런데 정작 물건을 가지고 한국에 들어오니 아내는 왜 그 가격에 물건을 샀느냐며 물건이 보일 때마다 잔소리를 해대는 게 아닌가. 아, 이것이 마나님의 큰 그림이었나? 물건이 보일 때마다 잔소리다. 아내에게 이 물건의 용도는 잔소리였던 것인가 보다. 그래서 물건을 살 때 아무 말도 없었던 것이라 짐작해본다.


큰일이다. 이거 다 먹어치우려면 3개월은 족히 걸린다고 했던 거 같은데 3개월 동안 잔소리를 후식으로 먹어야 한다면 뇌에 주름이 생길 것만 같다.


그래서 잔꾀를 내어 보았다.


"여보 이거 같이 먹을까?"



대한민국 여행사의 패키지여행을 선택할 때에는 가급적 쇼핑이 없는 것을 선택하길 바란다. 물론 그런 상품은 가격대가 배 이상 오른다. 하지만 어차피 패키지로 가게 되면 써야 할 돈이므로 쇼핑 없는 패키지 상품이 차라리 나을 거라고 본다.


기분 좋아지자고 떠난 힐링 여행이 상처로 남는다면 그 여행사의 상품을 다시 선택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으리라.


요즘 유튜브나 블로그 등을 통해 자유여행에 대한 자료가 상당히 많이 공유되어 있고 휴대폰 앱으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곳도 없는 그런 세상을 산다. 이런 가운데 여행사의 같잖은 상술로 떡칠된 패키지 상품이 과연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장담컨대 10년이다. 여행사가 변하지 않는 한 10년 이내에 지금의 여행사들 다수는 문을 닫게 될 거라고 본다. 소비자는 더 이상 봉이 아니라 경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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