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꼴

당신은 누구와 닮았나요?

by 생각하는냥

혼자 먼 길을 떠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늘 하는 고민중의 하나는 옆자리에 어떤 사람이 앉게 될까 입니다.


몇해전 일이었는데 술에 쩔은 한 남자가 쩍벌을 한 채로 가는 내내 시끄럽게 통화를 해대는 통에 소금에 절인 배추마냥 짜증에 흠뻑 절여져 헤롱거려야 했던 안 좋은 기억때문에 생긴 고민인 듯 합니다.


아마 다들 이런 나쁜 기억 하나씩은 있지 않을까요? 아, 그렇다고 굳이 이런 나쁜 기억들을 떠올리진 마세요. 어쨌거나 그런 악연만 없다면 먼길 가는 버스나 기차안의 세계는 늘 미지의 세계니까요.


사건사고의 중심속에 나만 없다면 낯선 장소에 여기저기에는 숨은 그림찾기처럼 재미난 일들이 숨어 있습니다.


삼일간의 출장을 마치고 어제 서울로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추운 날씨 탓에 도톰한 파카를 입은 남정네만 부디 옆에 앉지 말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자리에 앉았는데, 다행히도 나이지긋한 조용한 아주머니 한분이 앉아주셨습니다.


그런 와중에 바로 앞 가족석에 한 무리의 가족들이 시끌벅적 하게 들어오는 겁니다. 옆자리가 조용하니 앞자리가 문제겠구나 싶어 외면하려는데, 자세히 보니 그 일행 중 한 남자가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습니다. 예의가 아닌 줄은 알면서도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다 싶으니 자연스레 저도 모르게 흘깃흘깃 보게 되는 겁니다. '에이, 아닐거야' 라 생각할 찰나 바로 그때 옆 아주머니가 그분에게 폰을 들이밀더니 사인을 해달라고 하는 겁니다. 깜짝 놀란 남자는 "사인이요?" 라며 되물었고, 그 풍경을 많이 보아왔다는 듯 가족들은 꺄르르 웃음을 터트리는 겁니다.


웬만한 연예인은 꿰고 있어 누군가를 닮기는 했지만 연예인은 아니었는데 아마도 옆자리의 그 아주머니는 연예인인 줄 착각하고 사인을 해달라고 했던 모양입니다. 아마 그분의 가족들은 그런 상황을 처음 겪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대체 누구 닮은 꼴인지는 잘... ^^;


어쨌거나 아주머니의 용기(?)덕에 앞자리 일행도 뻘줌해졌던 모양인지 제 바람대로 조용해졌습니다.


한때는 닮은 연예인이 있기를 바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가수든 배우든 누구든 나와라. 제발. 그러다 어느날 닮은 꼴이 나오더군요. 그것도 제가 먼저 알아본 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먼저 알려주더군요. 너무 닮았다며.


그 사람은 바로 "나영석 피디" 라더군요.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해서 멍때리고 있으니까 그분보다는 잘 생겼다고 위안을 해주시더군요. 그분 앞으로 방송욕심 버리시고 피디 일만 열심히 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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