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6장 1~4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by 생각하는냥

전주에 갔다가 올라오던 길이었다.

KTX 광명역 앞의 버스정류장에 가니 젊은 처자 둘에게 길을 묻는 이가 있었다. 허름한 가방에 허름한 차임으로 낯선 행동을 하는 것이 누가 봐도 초행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얼핏 들리는 그의 말은 우리말이 아니었다. 좀 더 들으니 중국말이었다. 한국말이나 영어가 전혀 되지 않는 중국인이었다.


처자가 버스를 가리키니 급하게 버스에 올랐다. 나와 같은 버스였다.


낯선 이방인의 여행길이 녹록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기에 힐끔 바라보며 길을 제대로 안내받았는지 걱정이 되었다. 모르면 물어보겠지 싶었다. 그때 그는 나보다 좀 더 똑똑해 보이는 나보다 좀 더 핸섬해 보이는 앞의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휴대폰의 지도 앱을 가리키며 중국어로 쉘라쉘라 한다.


젊은 그 두 청년도 처음에는 못 알아듣겠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그중 말끔하게 생긴 한 친구가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등을 돌린 채 적극적으로 알려주기 시작하였다. 손으로 온갖 제스처를 하면서 알아듣지 못할 중국어를 지레짐작 추측해가며 10분 넘게 소통을 하고 있었다. 통역 앱을 동원하더니 심지어는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지인에게까지 전화를 걸었다. 이쯤 되면 그냥 친절한 게 아니라 천사였다.


너무나 착한 청년이라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그래. 오른손에는 전주에서 사 온 '생강 전병'이 있었다. 이걸 줄까? 근데 이건 내가 먹고 싶어서 산 거잖아. 딴 거 없을까? 왼손에는 아버지가 준 사과가 있었다. 그런데 사과 하나만 주기는 뭐 하잖아. 그렇다고 두 개를 줘? 두 개도 애매했다.


청년 둘이 천사의 나팔을 불어대고 있는 동안, 난 뒷자리에서 악마의 속삭임에 취해 헤롱헤롱 거리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청년 둘은 길안내 미션을 마치고 다음 정거장에서 순식간에 내려버렸다. 어? 생강 전병이라도 주려고 했는데 그렇게 빨리 내리면 어쩌냐.


누군가는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착한 일을 하고 다니고, 누군가는 왼손에 든 과자도 내 거고 오른손에 든 과일도 내 거라며 천국과는 한 걸음 멀어지는 짓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난 뜸 들이다 지옥에 갈 상인가 보다.

그래도 장하다.

생강 전병은 지켰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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