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

살자고 먹는 게 아니라 먹자고 사는 거다.

by 생각하는냥


퇴근길, 집 근처 마트에서 저녁을 먹자고 안건을 상정하였으나 맛이 없다는 이유로 반려당하고 말았다.


그런데 어찌하다 보니 우리는 저녁을 마트에서 먹게 되었다. 그리고 어찌하다 보니 한 손에는 그녀의 겨울 점퍼가 다른 손에는 개시한 지 며칠 안 된 제과점의 빵이 들려 있었다. 그녀와의 저녁 스케줄은 종종 예측했던 바와 전혀 다르게 흘러가곤 한다.


이미 저녁을 먹은 상태였지만 저녁 영업 마무리 전이되니 무려 50% 할인이란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리고 시식하라고 내놓은 듯한 마약 빵을 가리키며 '이건 얼마예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제과점 주인은 그냥 드릴 테니 가져가실 거냐고 물었다. 어차피 시식으로 내놓은 거라 누군가 먹지 않으면 버려야 한다는 거였다. 그래, 실은 그럴 거라 예측하고 물어본 거였다. 나이를 먹어서 느는 건 영악함 뿐인가 보다.


집으로 돌아와 여전히 배가 빵빵했지만 배가 빵빵한 채로 빵을 바라봐도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녀 몰래 빵 봉지 안으로 손을 넣어 조금씩 떼어먹고 있었다. 눈치 못 채고 살금살금. 물론 언제나 그랬듯 오래가지 않아 금세 발각되었고 빵은 이내 압수당하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출근을 서두르다 압수당했던 빵 하나를 꺼내었다. 튀김 소보루였다. 사무실에 도착해 가방 속에서 나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튀김 소보루는 고운 자태를 드러냈다. 간택을 기다리며 밤동안 얼마나 잠 못 들었을까. 이제야 온전히 넌 내 거로구나. 하루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빵은 빠삭거렸다. 그런데 얘가 빵 이름 그대로 튀김인지라 방안에 있는 다른 동료들에게 빵 냄새가 전달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 어쩌지. 4명이니 4조각으로 나눠서 한입 먹어보라고 해야 하나? 그러기엔 너무 맛있었고 그러기엔 아까웠고 그럴 정도로 착하지 않았다. 부끄럽고 미안해할 틈도 없이 먹다 보니 다 먹어버렸다. 빠삭해서 한입 씹을 때마다 나는 소리가 예민한 귀를 찔렀다. 미안하다. 억울하면 너네 동네도 좋은 빵집 하나 키워보든가.


그런데 말이다. 퇴근시간이 되니 바깥 공간에서 일하던 직원 하나가 먹으라며 김밥을 가져다주는 게 아닌가. 많고 많은 직원들 중에 왜 나한테만 줬을까? 아무래도 그 맛있는 빵 냄새를 풍기며 혼자 먹었던 게 이미 소문이 퍼졌는가 보다. 식탐이 많다고. 이미지가 이래서야 원.....


하루가 이미 지나가버렸다. 그리고 지금 바깥의 차가운 공기라든지 홀로 심심하게 보내는 저녁 밤이라든지 몇 분 남지 않은 11월의 마지막 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매우 야식을 부르고 있다. 먹을 것이냐 말 것이냐 이것이 문제인 밤이로다.


간식 앞에서 착해지는 강아지나 먹을 것 앞에서 고민하는 사람이나 먹고사는데 모든 걸 바치기는 매 한 가지인 것 같다. 살자고 먹는 게 아니라 먹자고 사는 게 분명한 밤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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