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인사를 할 뻔했다. 안면 있는 옆 회사 직원이었지만 말을 나눠본 적도 없는 더욱이 인사를 할 정도의 사이도 아니었다.
최근 들어 새로 들어온 직원들이 있는데 서로 다른 공간에서 일을 하다 보니 얼굴을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사무실 밖에서 마주치더라도 '어딘가 익숙한 얼굴인데 누구더라'라며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회사 직원인 걸 알아차리고 인사를 하곤 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였을까?
업체들이 여럿 입주한 빌딩이다 보니 같은 층에는 여러 개의 회사들이 있다. 오가다 보면 옆 회사 직원들과도 마주치게 되는데 그러는 가운데 익숙해진 얼굴들이 더러 있다.
멀리서 바라보며 마주칠 때는 상관없는데 아무 생각 없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문이 열리며 옆 회사 직원을 마주치게 될 때면 익숙해진 탓에 절로 모르게 친숙한 얼굴이 되어 인사할 뻔한 일이 종종 생긴다. 꼭 하루에 한 번은 그런 듯하다. 아마 그들 중에도 나와 비슷한 이유로 그런 상황에 놓이지 않을까도 싶다.
그냥 미친 척하고 아는 척해 볼까? 그러면 아마도 옆 사무실에 이상한 사람 있다는 소문이 다 퍼져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다 서먹해지게 되면 혹시라도 그들과 마주치게 될까 봐 사무실에 영영 처박혀 일만 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회심리학에 이런 게 있단다.
'단순 노출 효과' = 상대방과의 만남을 거듭할수록 호감을 갖게 되는 현상.
가끔 라디오 사연 같은 곳에 이런 이야기들이 있다. 자주 보던 사람인데 평소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절대 아녔다고.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데이트 신청을 하길래 만나보니 호감을 가지게 되어 결국에는 '이제 우리 사귄 지 며칠이에요'라는 식의 그런 사연들이 올라오곤 한다. 어쩌면 이 순수해 보이는 러브스토리 뒤에는 작업남의 '단순 노출 효과'를 제대로 활용한 세심하고도 영악한 심리전이 숨어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이딴 건 장가가기 전에 배워뒀어야 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예외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결혼한 남편들은 집에 가면 매일 아내와 만나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남편들은 아내들로부터 호감을 얻지 못하는 것일까. 희한하게 단순 노출 효과가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케이스다. 그건 아마도 '남편'이라는 글자 그대로 남의 편에 서려고 하니까 호감을 얻지 못하는 거겠지. '남편'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없애버리자.
남편이라는 호칭보다 'ㅅㅂㄴ'이라는 호칭으로 불러보자고 제안해본다.
음. 혹시나 시로 시작하고 놈으로 끝나는 걸로 상상하면 안 된다. '서방님'이다.
만남을 거듭할수록 반감을 갖게 되는 이 희귀한 현상에 대해서도 누군가는 분명히 연구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