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만지는 습관에 대한 이야기
영화 '컨테이젼'에서 말하길 '사람은 하루에 3천 번이나 얼굴을 만진다'라고 한다. 3천 번? 개그맨 정종철이 추던 마빡이 춤을 하루 종일 춘다면 모를까 무슨 3천 번씩이나 만지나.
과연 3천 번이나 될 법한지에 대해 직원들과 토론이 잠깐 벌어졌다. 아무리 무심결에 만지작 거린다고는 하지만 무심결에 만지는 수만으로는 3천 번을 만들어 낼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세수를 한다거나 혹은 화장을 하느라 토닥거리는 횟수까지 포함시켜야 했고 생각의 생각을 끄집어내다 결국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었다. 그냥 못해도 1천 번 미만일 거라고.
그때 문득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혹시....."
다들 무슨 말을 할지 집중한다. 혹시 그거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
무슨 말이 나올지 궁금한 눈빛으로 집중한다.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이랑 사랑하는 동안에 발생하는 횟수까지 포함한다면....."
"......."
이것은 단지 이과 출신으로서 숫자의 근거를 유추해내기 위한 순수한 상상이었을 뿐이다. 목욕탕에 가서 옷을 벗는 행위나 혹은 외출 후 집에서 옷을 갈아입는 행위처럼 너무도 평범한 데이터 추출의 자료로 끄집어낸 상황이었을 뿐이었다. 에로틱한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런데 왜 그들은 내게 '에로'라는 별명을 붙이는가. 이과생은 매우 슬프다.
정말 그럴까 싶어서 슬픈 이과생은 구글링을 해보았다.
2015년 호주에서 한 실험에 의하면 한 시간당 23회 이상 얼굴을 만졌다고 한다. 영화 '컨테이젼'은 2011년도에 만들어진 것인데 그때의 3천 번에 비하면 횟수 차이가 참 많이 난다. 영화의 영향으로 인해 인류가 얼굴 만지는 습관을 불과 4년 사이에 3천 번에서 552번 (23번 x 24시간)으로 진화한 것인가?
하여간에 그게 뭐 대수인가. 몇 번을 만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 번을 만지더라도 소독이 된 손으로 만지작 거리는 게 중요하고 가급적 안 만지는 게 더 중요한 것이지. 3천 번이나 552번은 중요한 게 아니다.
슬픈 이과생은 오늘도 애로가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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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 '애로'라는 단어로 구글링을 해보았다. 으잉? 왜 '애로'라는 단어에 [성인인증]을 하라고 뜨는 걸까? 난 '에로'가 아니라 '애로'를 검색한 슬픈 이과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