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목적

오늘 당신의 한정판은 사람인가, 물건인가.

by 생각하는냥

가끔 이야기할 때 남은 심각한데 본인은 별 거 아니라며 실실 쪼개는 경우가 더러 있다. '아, 기분 나빠.'


분명 문제가 있어서 심각하게 얘기했는데 절대 그럴 리 없다며 내 실수로 몰아가며 실실 쪼개기 시작한다. 웃을 일 아니다고 눈치를 줬는데도 분위기 파악 못하고 또 쪼갠다. '내가 갑인데 을인 네가 당당한 이유는 모르겠다. 갑이 갑 행세를 안 해서 그런가?'


문제를 끄집어내어 그의 눈 앞에 직접 보여주니 그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곤 이내 진지해진다. 이제는 거꾸로 내가 쪼개 줘야지 라고 다짐하는 순간 녀석은 해결하고 나서 연락 주겠다며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 아뿔싸, 쪼개 줄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아, 나도 쪼개 주고 싶은데.'


대화의 기본은 경청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방어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대화를 하다 보면 왜 상대방은 나의 공격적인 혹은 방어적인 성향을 끄집어내게 하는 걸까. 하지만 대체로 당하고 있음을 인지하는 순간 공격이든 방어든 뭐든 들어가려고 하면 이미 당하고 난 뒤 대화가 끝나버리곤 한다.


깨닫는다.

아, 역시 싸움의 기본은 선빵이구나.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말이 있다. '한정판'이라는 부르기 편한 3자리 한글 놔두고 뭣하러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7자리 영어 떼기를 쓰는지 모르겠다만 '리미티드 에디션'이라 쓴다고 금테가 둘러지는 게 아닌 건 분명하다.


사람들은 그 한정판을 사려고 줄을 서면서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어차피 줄을 서는 당신 존재 자체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한정판인데 그대보다 더 특별한 게 뭐 있다고 남이 만들어 낸 한정판에 목숨을 걸고 싸우는지 모르겠다.



대화가 그렇다.


대화의 목적이 한정판인 상대방에게 있다면 경청이 먼저일 것이고

대화의 목적이 한정판인 물건에 있다면 싸움이 먼저일 것이다.


오늘 당신의 한정판은 사람인가, 물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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