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집 근처 아웃렛에 가면 직원용 식당이 있다. 외부인이 이용해도 4,500원밖에 되지 않지만 가성비가 좋은 곳이라 가끔 가곤 한다. 하필이면 방문한 날 내게는 최악인 닭볶음이 메인이었다. 하지만 도톰한 감자와 호박 등의 채소가 잘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며 최악에서 최애는 아니지만 먹을만한 반찬으로 바뀌었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집으로 가려했는데 굳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자는 아내, 그 말인 즉 아이쇼핑을 하자는 얘기였다. 소화도 시킬 겸 뿌리치지 못하고 따라나섰다. 아내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고 했던가? 아닌가? 어쨌든.
돌다 보니 남성 옷 코너를 지나는데 새로 오픈한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할인까지. 처음엔 그저 셔츠 몇 개 눈요기만 하고 지나갈 참이었다. 그런데 옆에서 기웃기웃하던 아내가 뭔가를 들고 왔다. 봄 코트가 이쁘다며 자꾸만 입어보라는 게다. 굳이 필요 없었는데.
거울 앞에 서니 '오! 괜찮은데?'. 가격도 생각보다 착했다. 원래 살 의도는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지름신이 강림하사 카드기와 카드의 뜨거운 입맞춤에 놀란 폰이 구슬프게 몸을 떤다. 그리고 문자에는 또 하나의 정신 나간 지름신의 흔적이 채워졌다.
사무실에 입고 출근하니 직원들 누군가는 이쁘다, 어디서 샀냐, 잘 어울린다, 봄은 봄이로구나 중의 하나 정도는 걸리겠지 싶었는데 눈치 없는 직원 왈, '앗, 바바리맨이다.'
실망스러운 표현력에 가슴 철렁거림도 잠시 바바리맨 코스프레를 펼치니 직원들 입가에 꽃이 만개한다. 아이고, 이러려고 새 옷을 산 건 아니었는데 말이다.
집에 갔더니 직원들이 이쁘다 안 하더냐고 묻던 아내에게 '묻기는커녕 바바리맨 같다'라고 하더라 하니 빵 터져 웃는 아내는 내편이냐 남편이냐.
"여보세요, 님이 골라주신 옷이라고요."
그러든지 말든지 떼굴떼굴 굴러다닌다.
서러운 마음에 인터넷을 켜고 다른 옷은 없는지 매장 브랜드 홈페이지에 접속했더니 아, 글쎄 산 가격의 3분의 2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이 아닌가? 으잉? 매장과 온라인의 판매가가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두 눈을 꿈뻑꿈뻑 거리며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몇 번을 다시 봐도 잘못 본 게 아님에 가슴이 또 철렁거린다.
아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떡 백만 개를 먹은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진다.
에헤라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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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 버전]
지나던 길에 아내가 이뻐 보인다며 봄 코트를 사라 그랬다.
새 옷을 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직원 중의 누군가는 옷이 이쁘다 해 줄줄 알았다.
뽀대 나게 걸쳐 입고 서 있었더니 직원 왈,
'바바리맨이다.'
집에 와 아내에게 얘기해주니 엄청 웃어댄다.
'여보세요. 님이 골라주신 옷이라고요.'
다른 옷을 보려고 브랜드 홈피에 접속하니 매장과 온라인 판매가가 정말 다르다. 무려 3분의 1이나 저렴한 게 아닌가.
아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떡 백만 개를 먹은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진다.
에헤라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