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금세 발각이 날 정도의 일탈

by 생각하는냥

자다 깼다.


'몇 시지?'


깨어보니 잠자리가 뒤엉켜 있는 데다 언제 잤는지 기억이 없는 걸 보니 TV를 보다 잠이 들어버렸나 보다.


TV를 보다 잤으면 쓰고 잤을 텐데 얼굴은 허전했다. 손을 뻗어 안경부터 찾았다. 주섬주섬 이불 위를 뒤적거리다 안경이 잡혔다. 몸을 일으키며 안경을 썼다.


'어? 뭐지? 아직 잠이 덜 깼나?'


급격하게 초점이 맞지 않는 것이었다. 잠이 덜 깨서 그러나? 두 눈을 몇 번이나 깜빡거리고 나서야 잠이 덜 깨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자다가 이게 어인 봉변인가.


살다 보면 난데없이 큰 일을 당할 수가 있다. 그중에서도 그것이 하필 눈과 관련된 일이 되고 보면 상당한 멘붕이 온다. 안경을 벗었다 썼다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 나서야 심상치 않음에 진지해졌다.


'이 새벽에 병원을 가야 하나? 아님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봐야 하나.'


고이 자고 있던 옆지기를 깨우려다 일단 일어나 얼굴부터 씻어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다시 안경을 집어 들었다.


'응?'


뭔가 허전했다. 어라? 안경알이 어디 갔지?

안경테 사이로 손가락이 들락거렸다. 안경알 하나가 빠져 있었던 것이다. 얼라리여. 눈이 아픈 게 아니라 안경이가 아픈 거였다. 갑자기 밀려오는 허무함에 긴장이 와르르 무너지며 허탈감마저 들었다. 잘 자고 있던 옆지기를 깨웠더라면 순간 바보 멍청이가 되어버릴 뻔했다.


침대를 더듬어보니 이불속에 숨어 있던 안경알이 그제야 발견되었다. 마치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아이처럼 술래가 찾아줄 때까지 꽁꽁 숨어서는 '나 잡아봐라'며 당황스러워하는 날 지켜보며 키득거리고 있었겠지.


'잡았다 요놈아.'


긴박감이 감돌았던 그날의 새벽은 자유를 꿈꾸던 안경알의 일탈이었던 걸로 마무리되었다. 녀석에게 너무 나쁜 것만 보여주었는가 보다. 미안하다. 나쁜 거 볼 땐 이제 넌 좀 쉬거라.


구석에 두었던 다른 안경을 찾으려는데 이 녀석이 찾아지지 않는다. 눈치를 챘는지 지레 겁먹고 도망간 모양이다. 가만있어봐. 너에게도 일탈을 맛보게 해 줄 테니.


아마도 우리 모두는 금세 발각이 날 정도의 일탈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모르는 수준의 일탈이 아닌 발각이 날 정도의 일탈을 꿈꾸는 이유는 뻔하지 않을까? '나한테 관심 좀 달라'는 호소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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