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꽃놀이 2020

술도 혼술이 유행인 세상인데 나 홀로가 뭐 어때서.

by 생각하는냥

눈이 내렸다.


1995년, 봄이 한창이던 4월임에도 그날은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그날을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군생활의 마지막 달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후방지역인 전주였음에도 함박눈이 왔으니

기억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그나마 그날은 부대 초소의 경계 근무를 서던 중이었다.

그래서 기념샷까지 찍었었다.

마치 전방의 휴전선을 지키는 군인인 것처럼

펑펑 함박눈을 맞아가며 찍었던 인생 샷이었다.


그러나 그 인생 샷 사진은 코스프레가 너무도 부끄러웠던 모양인지

집구석 어딘가에 꽁꽁 숨어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오늘,

또 눈이 내린다.

얼굴로 눈송이 몇 개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런데 그때의 그 차가웠던 눈송이는 아니다.

오늘은

꽃잎이다.


대개는 벚꽃잎은 봄비와 함께 사라지곤 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유독 바람이 드세게 흔들어대니

버텨내지 못하고 온통 털리고 있다.


그래도 나무는 하얀 벚꽃잎이 떨어진 구멍 난 자리에

푸르른 이파리를 채운다.


녀석은 땜빵이 날래야 날 수 없는 구조로 촘촘하게 자리를 채워만 가는데

사람의 머리카락만이 땜빵이 나면 고스란히 대머리가 되고 만다.

사람만 서럽다.


이렇게 빨리 꽃잎이 떨어질 것 같아 지난 주말

옆지기에게 집 앞 안양천길 벚꽃 구경을 그리 가자 졸랐건만

평일에도 출퇴근하며 자주 보는 그 길을

뭐하러 황금 같은 주말에 보러 가냐며 타박만 들어야 했다.

그래서 술도 누구랑 마시냐가 중요하듯이

매일 보는 그 길이지만 누구랑 가느냐도 중요하다 따졌건만

나의 애절한 청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차라리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더 쉬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처가 근처에 열린 벚꽃 축제에 갔다가

고추장을 사은품으로 준다는 말에 이끌려

자칫 강황을 수십만 원씩이나 비싸게 주고 살 뻔했던 일이 있었다.


그때 옆에서 강하게 제지했던 옆지기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냉장고 어딘가에 꽈리를 틀고 자리 앉은 강황을 매일 마주할 뻔했지 않나.


언제나 옆지기 말은 옳지 않더냐.

에라, 포기다.


혼자 보면 어떠하리.

술도 혼술이 유행인 세상인데 나 홀로가 뭐 어때서.

나 홀로 꽃놀이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매일 아침 출퇴근 길 심심치 않은 것만으로도 어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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