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

A형독감 환자의 잠못 이루는 주저리 주저리

by 생각하는냥

나는 감기 환자다. 좀 더 구채적으로 말하면 신종플루 환자다. A형 독감 환자다.

혈액형도 A형이고 잘먹는 베지밀도 베지밀A고 몸매도 A형인데 굳이 독감까지 A형인가.


어쨌거나 어제 격리가 필요해 조퇴를 해야했고

더욱이 아내와 떨어져 잤다.


분명 난 어제 감기약을 내내 먹었다. 그런데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푹빠져 시간들을 보내다가 겨우 새벽 3시30분이 되어서야 자리에 누웠다.


모든 불을 끄고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않아 뒤척이다 뒤척이다 여러번 잠을 깨야했다. 아침이려나? 싶어 깨어보니 이제 겨우 7시다.


분명 난 어제 감기약을 내내 먹었다. 그런데도 깊은 잠을 못자고 뒤척거렸다. 감기약에 각성제가 잘못 들어간 건 아닐까? 오히려 아프지 않을 때보다 정신이 더 또렷하다.


신종플루 격리가 4~5일은 필요하다는데 그 말이 맞나보다. 젠장. 작년에도 한번 걸렸고 그땐 아무렇지 않았는데... 죽을 병은 아닌데 전염력이 높다고 하니 왠지 주위에 민폐다. 그런 게 싫어서 잠을 못자나? 설마...


회사에 연락을 해서 오늘도 재택을 해야할 모양이다. 이왕 회사에서 일하는 게 훨 나은데 애꿎은 휴가만 쓰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아무 것도 아닌 상황.


아무래도 두눈을 감고 먹는 생각을 한다거나 어딘가로 떠나거나 어떤 영화의 명장면들에 몰입해서 환타지의 세계로 빠쟈든다거나 하는 상상을 하다보면 잠이 잘 오려나?


아니면 한장만 넘겨도 잠이 스르르 온다는 소설 반지의제왕을 꺼내 읽어야 하는 것일까?


어떤 여인네의 목소리에 푹 빠져 설레인 탓은 아닐까? 에이, 너가 몇살인데 그런... 혹은 어쩌면...


배고픈 게 아닌 건 확실한데 입이 심심하긴 하다.

잠시 더 잠을 청하고 휴가원이나 올리자.


휴가를 낸다고 하니 자네 없으면 시스템관리는 누가 하나? 할 사람이 없는데... 라는데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인지하기보다 사람이 아픈데 라는 서운함이 들며서 뜬금없이 외롭단 생각이 들었었다.


오늘도 재택한다면 불안해할 그분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가지라고 청심환이라도 사다 보내줘야 할까?


그럼 연봉이라도 올려주신다면 충분히 감사할텐데...

아, 어제 인센티브를 받았다. 대표님이 오시더니 어떤 빨간 봉투를 건네주시는거다. 그 안에는 로또 5줄이 있었다. 아내님 말에 의하면 5천원짜리 껌종이가 될거라고 그랬다. 5천원짜리 껌종이, 그래도 발표되기 전까지는 마음만은 부자놀이에 빠질 수 있지 않겠나.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자 부류중의 하나가 로또 사는 남자라 했는데 뭐 내가 산 건 아닌거다. 게다가 여자들이 나이든 중년 좋아해줘서 내게 좋을 게 뭐라고.


아픈 놈의 주저리주저리가 넘 길었나?

여기까지 읽어주신 독자들도 눈의 급 피로로 고생 좀 하셨겠다. 자 이제 눈을 감고 눈동자를 위 아래 좌 우로 굴려가면서 약 1분만 눈운동을 하시지 말입니다.


주저리주저리 이만 접고 저는 미스 플루양과의 애뜻하고 애잔한 사랑에 빠져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불타는 금요일 저녁을 너무 불태우다가 나의 미스 플루양과 바람피는 일이 생기신다면 제가 용서치 않겠나이다.


오늘도 그대들은 무사하기를.

그리고 나와 인질로 잡혀 있는 아내님도 무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