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 안 하는 행동 하나를 또 되새김질하다.
'일요일은 내가 짜xxx 요리사'라는 광고 문구처럼 주말에 한 끼 정도는 중국 음식을 먹어야 할 것만 같은 문화가 생겼다. 뭐 어디까지나 지극히 주관적인 문화다. 아마 이런 문화가 정착하기까지는 매 끼니마다 집 밥을 챙겨야 하는 주부들 입장에서 한 끼 정도는 짜xxx 라면이라든지 배달음식으로 가볍게 먹어보자는 숨은 의도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토요일 밤이었다.
티브이 예능프로에서 짜장과 간짜장의 소스를 반반 섞더니 거기에 청양고추를 넣어 먹으니 별천지 음식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래 내일의 점심메뉴는 너다.
이윽고 일요일의 점심시간은 여지없이 다가왔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짜장과 간짜장의 배달되어 왔다. 배달된 음식을 식탁 위로 날랐다. 그리고 그 옆엔 반주 용의 술병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그릇을 놓는 과정에서 술병이 미끄러지면서 술병이 쓰러졌다. 그때 뚜껑이 열리며 술이 쏟아져 버리고 말았다.
아내와 난 오늘도 완벽했다.
아내는 병마개를 잘 안 닫는 습관이 있다. 그리고 난 병을 잡을 때 떨어트리거나 혹은 쓰러트리는 장기를 가지고 있다. 그 둘의 완벽한 조화가 하필이면 이때 터진 것이다.
십수 년을 살아오면서 어디 한 두 번 뿐이었으리. 냉장고 안의 음료를 꺼내다 그렇게 쏟았고, 구강세정제를 사용하려고 하다가 또 그렇게 쏟았고, 심지어는 식용유를 쏟은 적도 있었다. 이제는 익숙할 만도 한데 이런 상황에 닥치면 화를 참아내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나 화는 나더라도 화를 낼 수는 없다. 뚜껑을 안 닫은 사람의 잘못을 따지자면 술병을 넘어트린 사람의 잘못도 따져야 공평할 테니까.
그렇게 분을 삭이고는 있지만 씩씩 거리는 눈빛을 본 아내가 말한다.
"욕하지 마."
"욕 안 했는데?"
"속으로 욕하는 거 다 들려."
이런 거짓말이 세상에 또 어딨나. 궁예의 관심법이 세상 여럿 버려 놓았다.
"정말 안 했는데?"
"거짓말"
그래. 고백하건대 거짓말이다. 슬그머니 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하지 않았노라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재빨리 술병을 치우고는 예능에서 본 것처럼 짜장 소스 반과 간짜장 소스 반을 섞어서 비벼보았다. 그리고 잊어버린 사실 하나를 또 상기시켰다.
'예능은 구라다.'
특별히 감탄할 맛은 전혀 아니었다. 사기를 완벽하게 당한 것인가? 그러나 그들로 인해 전국의 중국집 매출은 조금 더 상승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구라를 쳤지만 경제를 살리는 데 일조한 것일지도.
점심을 다 먹고 나자 아내가 녹차를 마시자 한다. 그 말인즉슨 부엌에 있는 녹차 세트를 챙겨 오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답했다.
"나는 녹차 안 마실 거야."
"응. 그래? 나는 마실 거야."
"......."
"뭐해? 가져다주세요."
참 대단한 예능이지 않은가. 그들의 짜장 간짜장 조합이 녹차 소비까지 시킬 거라는 걸 예상이나 했을까. 그런데 왜 난 자꾸 피곤해지지?
역시 중국음식은 배달보다는 식당에 가서 먹어야 맛있다는 알면서 안 하는 행동 하나를 또 되새김질하는 5월의 마지막 일요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