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려주신 잡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에 몸을 맡기며
세상 일이란 계획대로 되는 게 없다.
계획을 정말 열심히 세워보지만 항상 펑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난다. IT업계에서의 계획이란 마치 두더지 게임 같다. 다음번 튀어나올 두더지를 제 아무리 예상하고 대처하지만 늘 예상치 못한 구멍에서 두더지는 튀어나온다. 어디서 문제가 발생할지 모든 일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신이나 알파고의 영역이지 않을까. 그러니 IT업계에서 이벤트를 한다는 것은 긴장의 연속이라 매우 쫄깃한 일이다. 계획대로 될 거라는 건 사람인 나로서는 이미 일찌감치 포기다.
이벤트 때문에 밤새워가며 참 많은 준비를 했었다. 그런데 그 수많은 피로와 피곤의 누적이 무색하리만치 전혀 엉뚱한 쪽에서 손 써볼 틈도 없이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이를 어쩌랴. 이벤트를 담당하던 우리들 모두는 하나씩 하나씩 차례로 멘붕의 바다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열정을 다해 운만 나쁘지 않으면 무리 없이 지나갈 일이었다. 그냥 튀어나오는 두더지를 향해 맘껏 망치를 휘두르면 될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틀어져버린 일은 열정을 이해해주지 않는다. 결과에 대한 냉정한 책임은 감당해야만 한다.
그래도 어쩌랴.
이럴 때일수록 신이 내려주신 잡기를 꺼내 들어 "이 또한 지나가리라"에 몸을 맡겨본다.
아무리 어려운 일을 닥치더라도 그 또한 지나가더라. 이보다 어려운 일도 이미 그전에 지나갔는데 뭐 이쯤이야 껌일 정도로 멧집이 생겼지 않은가.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도 어떻게든 지나갈 것이다. 대신 온몸이 당할 고통은 피할 방법은 없다. 그것마저 피할 방법은 사장님께 통할 애교 18단의 신의 경지에 이른 고수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이번에도 역시 만만한 몸으로 때우며 고통을 감내하자.
어차피 이 또한 지나갈 건데 뭐 그리 머리 균열 가듯 자괴감에 빠져드나.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우스울 망정 새로 사야 할 소를 또 잃을 일은 없어야지 않을까.
오늘도 IT노동자는 자양강장제 물약으로 생명력 수치를 보충하며 열심히 삽질을 한다.
열심히 삽질을 하자 그 누군가가 이렇게 말하겠지.
'여기가 아닌가 봐'
이미 포기한 난 언제나 그랬듯이 또 입을 삐죽 내밀고 투정을 부리겠지.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지.
' 나 오늘 삐뚤어질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