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달고나

Always smile

by 생각하는냥

아침에 출근하니 책상 위에 꿀배 음료가 놓여 있었다. 그것도 내 책상 위가 아닌 옆 동료 책상 위에 말이다. 왜 내 책상 위에는 없는 거지?


'본인이 사다 놨겠지' 싶어 그냥 넘겼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책상에서도 꿀배 음료가 놓여 있는 게 아닌가. 여기도 저기도 또 저기도 저 저기도. 이거 뭐야. 나만 빼고?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먹을 걸 사 오면 형제끼리 피의 전투를 치러야 했던 터라 (사실 독자라는 이유로 손쉽게 얻은 것들이 많긴 해서 이런 표현 쓰면 누님들이 싫어라 하실 듯 하긴 하지만) 먹을 것에 대한 집착이 약간 강한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내와 다투기라도 하면 아내는 늘 손에 먹을 걸 들고 와서는 화해를 청하곤 한다. 말이 화해지 손에 먹을 걸 들고 와선 본인의 요구를 말한다. 이미 나의 시선은 아내의 손에 든 먹을거리에 꽂혀서는 무슨 말인지도 모를 조건들에 무조건 "네네 알겠습니다"라고 하고 손쉽게 패배를 인정하곤 한다. (다만 심각한 경우는 제외다. 먹을 것 앞에서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쪼잔한 자존심이 아주 가끔 남아 있을 때가 있긴 하다.)


여하튼 몇몇 사람의 책상 위에만 꿀배 음료가 돌아다닌다는 건 아침부터 매우 우울한 일이다. 대체 누구냐. 아침부터 나의 우울을 자극하는 녀석이. 아마 전날 술자리를 공유한 이들끼리 나눠 마신 개평쯤 되는 것 같긴 하다만.


그 또한 그렇고 그렇지 아니한가. 술자리 갈 때 나만 쏙 빼고 가는 이유는 또 뭔가. 나 혹시 꼰대? 엉엉, 울어버릴래. 꿀배 음료 돌린 인간을 찾아내어 최대 등급의 꼰대 빌런을 소환이라도 해 볼까 보다.


나름 개인적으로 뾰로통해져서는 '내가 니들을 따 시키리라'는 다짐이 샘솟아 올랐다. 당장 커피점으로 향해 달달한 달고나 커피를 주문하였다. 그래 니들은 꿀배 음료 따위나 마셔봐라. 난 달달한 달고나나 쪽쪽 빨면서 즐길 테니까.


그렇게 다짐하고 자리에 왔는데 책상 위에 루트를 알 수 없는 샌드위치 1/4조각이 올려져 있는 게 아닌가. 수소문해보니 팀원이 빵 사러 나갔다가 돌린 거라 한다.


혼자 쪽쪽 빨아먹던 달고나가 왜 이리 부끄럽냐. 꼰대는 꼰대구나. 에라 나도 모르겠다. 부끄러움이 씻겨나갈 때까지 쭉쭉 빨아댈 거다. 그런데 말이다. 나의 달고나는 대체 누가 훔쳐 마시는 거냐. 몇 모금이나 빨았다고 벌써 바닥인 거냐.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그냥 웃자.

Always smile.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야근 후 퇴근길의 중독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