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냐 넌

그 어느 누구도 절대로 단점을 말해주지 않는다.

by 생각하는냥

몰랐다. 내가 노래를 더럽게 못 부른다는 걸.


최근에 여러 가지 앱들이 나오면서 폰으로도 나만의 목소리 하나만으로 방송을 한다거나 녹음을 해서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한 번은 간단하게 노래를 해서 올려볼까 하고 녹음을 했었다. 수준급의 노래는 아니더라도 평타 수준은 된다라고 생각했었다. 노래는 하현우의 돌덩이.


음을 제어하는 수준은 아니라서 노래방에 가면 발라드보다는 고음을 질러대는 락 위주로 죽을힘을 다해 고래고래 질러댔었다. 그럼 몇몇 사람들이 '오!'라고 해주니 나름 평균 수준 이상은 되겠지라고 추측을 했었지 지금까지 내 노래를 녹음하여 직접 들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앱을 이용해 노래 녹음을 하고 들어 보니 이건 뭐 대략 난감.


'누구냐, 넌.'


이렇게까지 못 불렀나? 그동안 함께 노래방에 갔던 사람들은 밑도 끝도 없이 질러댔던 나의 발악을 참아주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그들에게는 고문이었을게다. 흥얼거릴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한 번씩 쏘아 본 이유가 바로 이거였구나.


녹음된 목소리가 내가 듣는 목소리와 다르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녹음된 목소리가 실제 사람들에게 들리는 목소리라고 한다. 그러니까 나의 노래 실력도 녹음된 소리가 맞는 게다. 지금까지 내 노래를 녹음해본 적이 없었다. 아, 참담하다. 그리고 슬프다. 이건 어떻게 쉽게 고쳐지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자뻑에 빠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자뻑은 나 홀로 일기장에 고이 모셔두어야 한다. 중이 제 머리를 깍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자신을 사랑한 나머지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다니다가는 나만 모를 뿐 고장 난 경음기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절대로 단점을 말해주지 않는다. 끼리끼리 모여 뒤에서 뒷말을 하면 했지 절대 말해주지 않는다. 술자리에서 필름이 끊긴 날 무슨 실수를 하지 않았냐고 물었을 때 그 어느 누구도 대답을 안 해주는 것도 참 희한하다. 알려주면 어디가 덧나서.


만약 당신 주위에 당신의 단점을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가까이 두어야 한다. 속은 상하겠지만 그가 당신의 아군이다. 근데 말이다. 멘털이 약한 나로서는 단점을 지적당하면 돌탑 무너지듯 와르르 무너질 텐데. 단점 따위 몰라도 되니 모른 척하고 계속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다닐까나?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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