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이익은 그 10배의 손해를 순식간에 볼 수도 있다.
비가 한창인 직장인의 점심시간이었다. 비 때문에 멀리 나가지 않고 가까운 식당으로 향했다.
주문을 넣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식사가 나왔다. 참고로 앞에 앉은 두 명의 동료는 사내커플이다. 둘 다 라멘을 시켰는데 구체적인 메뉴는 모르겠다. 다만 약간 매워야 하는 게 정상인 라멘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의 라멘은 정상이 아니었다. 국물 색이 확연히 달랐다. 하나는 그냥 라면인데 다른 하나는 마라탕처럼 새빨갰다. 딱 봐도 한 곳에 올인한 흔적이 보였다.
남자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먹는데 여자는 국물 한입 하더니 너무 맵다 한다. 구경꾼인 나로서는 어차피 둘이 사귀니 젓가락질을 하긴 했어도 바꿔먹는 걸 추천하였다. 그러나 둘은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굳이 왜? 난 다 이해하니까 바꿔 먹어도 된다고요.
결국 여자는 매운데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를 불태우며 끝까지 다 먹어치웠다.
다음날 간 다른 식당에서는 사내커플인 남자와 같은 메뉴인 철판볶음밥을 주문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온 식사도 극과 극이었다. 나의 식사는 철판 위에 볶음밥이 살짝 얹힌 정도였는데 남자의 식사는 나온 지 오래됐는데도 불구하고 지글지글거렸다. 얼마나 지글지글거렸는지 계란이 다 눌어붙어버려 타버렸고 심지어 철판에 눌어붙은 볶음밥들도 연기를 내며 타고 있었다. 철판에 손이라도 닿으면 바로 불고기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이틈을 타 사내커플인 여자의 어택이 들어왔다. 한참을 웃으며 왜 이렇게 타냐며 즐거워했다. 어? 그대 남자 친구의 밥이지 아니하오?
그들을 보는 순간 느낀 건
'천생연분이구나'.
각자 계산을 하러 나오는 길이었다. 사내커플인 여자와 남자, 그리고 나의 순이었다. 내 순서가 와 결제를 하려는데 먹은 건 6천 원짜리였는데 남은 결제건은 7천5백 원짜리가 아닌가. 어떻게 된 거냐 따져보니 7천5백 원짜리를 먹은 여자가 내 식사를 잘못 결제한 것이었다. 뭐 어쩌랴. 괜찮다며 어쩌다 보니 여자의 밥값은 내가 결제하고 말았다.
가게를 나서는데 다른 동료 세명을 만나게 되었다. 다짜고짜 가위바위보를 해서 음료 사주기를 하자는 게다.
'아, 나 이런 거 하면 매번 술랜데.'
내기해서 당첨되어 사느니 그냥 사줄까 싶다가도 1천5백 원을 이미 억울하게 결제한 이력이 있던지라 한번 버텨보았다.
"가위바위보"
오예. 내 밥값을 결제하는 바람에 1천5백 원의 혜택을 보았던 사내커플인 여자가 커피 당첨이 되고 말았다. 1천5백 원의 혜택을 보다가도 그 10배인 1만 5천 원의 손실을 순식간에 볼 수도 있다는 매우 소중한 교훈을 주는 밥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