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투

소문난 맛집

by 생각하는냥

첫 번째 검투사가 등장하였다.

그의 손에는 매우 평범한 칼과 방패가 들려 있었지만 몸놀림은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그는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고 한 두 번 찌르는 데 성공했으나 느린 탓에 이내 괴물의 한번 손짓에 곧바로 압사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뒤이어 두 번째 검투사가 등장하였다.

그는 매우 저돌적이었고 용감하였다. 괴물의 몸에 서너 번의 상처를 내는 데 성공하자 기세가 오른 그는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괴물이 눈동자를 부릅뜨고 있는 비로 앞에서 얼쩡대며 괴물의 팔등 위에 창을 내리꽂으려 한 것이다. 순간 선혈이 낭자한 싸늘한 시체로 두 번째 검투사의 생은 마감되고 말았다. 그걸로 끝일 거라고 생각했다.


다음날이었다. 드디어 세 번째 검투사가 등장하였다.

그 역시 첫 번째 검투사와 마찬가지로 몸놀림이 빠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매우 머라 표현하기 애매할 정도로 지능적이었다. 괴물이 검투사를 찾으려고 하면 깊숙한 곳에 숨어 꼼짝하지 않았다. 그러다 괴물이 방심하고 있는 틈이면 어김없이 날카로운 창을 찔러 괴물의 피를 뽑아댔다. 괴물이 검투사의 존재를 알아채고 손을 위로 올리기라도 하면 금세 다시 몸을 숨겼다.


괴물은 세 번째 검투사를 잡기 위해 맨살을 드러내고 피 냄새로 유혹하며 사냥에 나섰다. 그러나 녀석은 이미 배를 잔뜩 채운 나머지 더 이상 드러나지 않았다. 이 녀석은 두 번째 녀석과는 다르게 욕심도 지나치지 않았다. 결국 한 시간 넘게 하던 사냥을 포기하고 말았다.


모기도 종족의 희생을 기반으로 사냥의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데 인간은 매번 손바닥으로 내려치기 기술 하나만으로 매번 머물러 있었던 모양이다. 쇼핑몰을 클릭하여 모기퇴치 장비를 둘러보지만 어차피 주말이라 빨라야 화요일에나 도착을 할 것이다.


세 번째 녀석은 주말이라는 특수까지도 계산에 넣고 있을 정도로 지능이 뛰어나거나 운이 좋은 녀석이다.


오늘 밤에도 녀석은 포식을 할 것이고 나의 손은 빨린 곳을 긁어대느라 분주해질 듯싶다. 몇 시간 후의 혈투가 누구의 승리로 끝날 것인가. 사냥을 하느냐 당하느냐의 매우 중요한 밤이 될 것 같다.


이것들은 무슨 놀이기구라도 타려는 듯 순번대로 하루에 한 놈씩 들어온다. 매표소가 대체 어디냐. 끊임없이 매일 들어올 것 같은데 놈들만 신이 난 듯싶다. 여자라는 종족에겐 인기가 없더니 이 녀석들에겐 신나는 맛집이라고 소문이 난 듯싶다.


설마 문 데를 또 물진 않겠지.

긁적긁적.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직장인의 밥시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