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투 2

혈투에 이은 그 두 번째 이야기

by 생각하는냥

지능 플레이어인 세 번째 검투사와의 첫날 싸움은 무참한 패배로 끝나고 말았다. 검투사의 배가 채워지고 나서야 싸움은 잠잠해졌다.


다음날은 휴전이었다. 복통이 있었던지라 밤새 고생을 했는데 그 모습을 본 녀석도 내가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무방비 상태의 나를 단 한차례도 물지 않은 것이다. 우리 사이에 우정이라도 싹트는 것이었을까?


하루가 지났다. 자려고 할 무렵이 되자 언제 또 물렸는지 발등이 가려웠다. 녀석은 언제나 치고 빠지는 데 이력이 나 있었다. 어제 느꼈던 우정이고 나발이고 이제 그런 건 없다. 전투 모드로 돌입하였다.


작전은 이랬다. 숨을만한 공간이란 공간을 툭툭 쳐서 녀석이 날아오르기만을 기다렸다가 나타나면 번개와 같은 속도로 손바닥으로 내려치는 매우 단순한 작전이었다. 이미 전에 써먹었다가 먹히지 않았던 작전이었지만 나름 성공률이 높았다. 그러나 방안 구석구석애 적용해 보았지만 역시 이 작전은 녀석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바로 작전을 바꿔보았다.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벽을 스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작전은 마치 어두운 한밤중의 범인을 헬기 조명으로 뒤쫓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어서 벽에 붙어 있는 모기 녀석을 찾아내는데 직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구석진 벽에 붙어 있는 녀석을 드디어 발견하였다.


슬금슬금 조심히 다가가고 손바닥으로 내리칠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마음속으로 외쳤다. 하나 둘 셋!

탁하고 벽을 세게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녀석은 사살되었다. 드디어 기나긴 전투의 막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분명 이 녀석 발등을 문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왜 피를 흘리지 않은 것일까? 그리 빨리 소화시킬 순 없었을 텐데 말이다. 과연 이 녀석은 세 번째 검투사였을까, 아니면 또 다른 순번의 모기였을까.


모기들 사이에서 소문난 맛집이다 보니 이것들이 줄을 서는 걸 잊어버렸나 보다.


자, 줄을 서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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