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王)

내 속에 짓고 싶은 조그마한 왕궁 하나

by 생각하는냥

일하던 중 잠시 바람 쐬러 일층에 내려가던 중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탔고 이내 2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뒤따라 들어왔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데 갑자기 그 사내는 성인 키 증간쯤에 배치된 엘리베이터 봉을 잡더니 팔을 쭉 뻗곤 팔을 잡아당기며 몸을 그대로 두세 차례 위아래로 움직이는 게 아닌가. 이건 뭐 이른 아침 운동하러 나오신 어르신들이 큰 나무에 등을 두들기는 듯한 뭐 그런 건가?


그러더니 이내 그는 엘리베이터 전방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손을 뻗어 어깨를 만지작 거리는가 싶더니 가슴을 두드렸다. 그리고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만지작거렸다.


몸 자체가 헬스를 했던 사람은 아니었기에 딱 봐도 헬스장 다닌 지 1주일 각인 듯싶었다. 자신의 성장한 근육을 만지작 거리며 뿌듯해하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어찌 내가 모르랴. 비록 3개월이었지만 나 또한 거쳤던 과정인 것을.


자뻑에 빠진 그에게 엄지 척을 해주며 '자네 근육 최골세'라도 해줄걸 그랬나 보다. 운동은 자신감인데 말이다.


오래전 새벽잠을 설쳐가며 다녔던 헬스장은 뜻하지 않게 족저근막염이라는 발목에 잡혀 오래 다니지 못하게 되었다. 결국 내 안에 키우려고 했던 왕(王)정 세력은 꿈도 꾸지 못하고 좌절하게 되었고 덕분에 자유를 너무 누린 탓에 기름진 뱃살만이 천세를 누리게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게을리하다 어떤 계기로 나름의 맨손 체조를 하고는 있다. 열심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내 안에도 왕정 세력이 정권을 수립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누리는 요즘이지만 내 속에 조그마한 왕궁 하나 정도는 짓고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가만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나의 다짐에 회의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왕궁이 지어지기엔 너무 비옥한 토지라 걱정이 삼만리다.


에효.

keyword
작가의 이전글혈투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