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1

by 생각하는냥

휴가는 시작되었는데 장마다. 비가 주르륵주르륵. 대체 언제까지.


뭐, 잘 됐다. 코로나 때문에 어디 갈 곳을 정한 곳도 없는데 집캉스면 어떠하리. 남들 다 일하는 때 종일 뒹굴뒹굴 굴러다니는 맛은 또 짜릿하지 아니하던가.


문득 먹고 싶어진 패스트푸드 생각에 문밖을 나서는데 뭔가 허전했다. 뭔가 두고 온 듯한 느낌. 아, 마스크! 코로나 생활이 시작된 지 수개월인데도 마스크를 챙겨 나오는 일은 왜 이렇게 익숙하지 않은 것인지 다시 집으로 향했다.


마스크를 다시 꼼꼼히 챙겨 나와서는 패스트푸드점으로 향했다. 빗발은 그다지 굵지 않아 산책 겸 걷기 딱 적당하였다. 그러나 장마로 인해 습한 공기 속에서 걷다 보니 체온이 상승하며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가까운 카페에 들어갔다.


시원한 음료 한잔을 앞에 두고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들이길래 이 시간에 이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차피 나야 휴가니까 그렇다지만, 부럽다. 이 사람들은 다른 날에도 이렇게 여유롭게 이 시간에 커피 한 잔을 하고 있었겠지? 이 사람들 과연 누굴까?


누군가는 학생일 것이고, 누군가는 주부일 것이고, 누군가는 일하다가 잠시 들린 사람일 것이고, 누군가는 야간에 일하는 사람일 것이고, 누군가는 자영업자일 것이고, 누군가는 프리랜서일 것이고, 누군가는 백수일 것이고, 그리고 누군가는 나 같은 휴가자일 수도 있겠지. 그중에 금수저 물고 태어났을 것 같은 부러운 이는 없다.


아마도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부지런하게 일하다가 잠시 여유 찾으러 이 곳에 들린 것일 게다. 마치 내가 휴가라서 들린 것처럼. 그러니까 그 어느 누구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이들 중에는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저 사람은 무엇을 하는 사람이길래 이 시간에 여유로울까라며 나를 바라보며 부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봐, 그냥 나도 열심히 일하다가 온 휴가자일 뿐이라고.


그런데 말이다.

무엇보다도 이 시간에 가장 부러운 이는 금수저라든지 혹은 한가롭게 수다나 떨고 있는 아줌마들이 결코 아니다. 이 시간에 가장 부러운 이는 바로 증거사진으로 첨부하였듯이 '스위트 멜론 블렌디드' 뒤로 뿌옇게 보이는 저 연애질을 하는 커플이지.


야야야야. 누가 카페에서 깨소금 뿌리라 캤나. 마이 묵었다 아이가. 작작 좀 해라.


여름 휴가자의 빨대에서 바닥이 드러났음을 알리는 쪽쪽 소리가 현실을 자각시킨다. 나 여기 왜 나왔지? 아, 내 패스트푸드. 그제야 잃어버린 목적을 다시 떠올리며 자리를 나섰다.


참고로 스위트 멜론 블렌디드를 다 마시고 난 다음 마지막에 남은 부유물인 멜론 한 덩어리를 어렵사리 물고 뜯으면 마치 갈비를 뜯는 듯한 착각을 불러올 수 있지만 달달했던 국물과는 달리 매우 밋밋한 맛이 난다. 단물 빠진 멜론은 무보다도 맛이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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