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꿈

오늘 밤에도 꿈속에 들려준다면

by 생각하는냥

가끔 환청이 들릴 때가 있다. 이것은 심리적 정신병적인 환청이 아니라 완성되지 않은 소리가 뒤섞여 환청처럼 들리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샤워 중일 때라든지 혹은 시끄러울 때면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듯한 착각을 한 번쯤은 느껴봤을 것이다. 바로 그것을 말하는 것이다. 자다가 어렴풋이 들린 그 완성되지 않은 단어가 잠을 깨웠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니었다. 혹시나 싶어 방문을 열고 나와 두리번거렸지만 나를 부른다거나 혹은 누군가 고함을 지른 그런 것은 절대 아니었다. 당연히 귀신의 목소리는 더욱 아니었다.


기분 애매한 기상이었다. 더 잘까? 어차피 10분 후 기상인데 10분 동안 더 잔다고 행복해질리는 없을 것 같다. 10분의 시간이 내게서 사라졌다. 그 완성되지 않은 환청만 아니었다면 10분의 잠이 꿀맛이었을 텐데 말이다.


무더운 여름날 10분의 아침잠이 얼마나 꿀맛인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오늘 하루는 딱 그 10분의 피로감이 종일 어깨에 얹혀 있다.


꾸벅꾸벅.


환청 아닌 환청을 듣기 전이었던 것 같다.

꿈속의 난 초등학생쯤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중학생쯤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바닥에 널브러져 누워 있었고 선생님 같이 생긴 분은 그런 나를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여자 사람 은근히 이뻤다. 초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 모를 꿈속의 나는 빠져들었다. 더군다나 이 사람, 무슨 하얀색 미니 원피스를 입고 계시는데 속이 훤히 비칠 듯 말 듯한다. 이 몽환적 분위기의 어떤 곳에서의 어떤 여자 사람이 날 참 간절하게 만든다.


꿈에는 법칙이 하나 있다. 꿈속에서 간절함이 더해지면 바라는 건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 데다가 간절함이 필요로 하는 그 시간은 절데 돌아오지 않는다는 법칙이다. 난 그걸 알면서도 꽤 간절해했고 또 간절해했으며 그렇게 꿈은 잡히지 않은 채로 깨워졌다. 더군다나 기분 애매한 환청으로 인해 말이다.


혹시 처녀 귀신이었던 걸까? 네놈이 감히 나의 소중한 10분을 훔쳐갔단 말이더냐. 오늘 밤에도 꿈속에 들려준다면 너의 죄를 사하여 주노라. 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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