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예찬

이리 와. 한 번만 안아보자

by 생각하는냥


자다가 전화벨이 울렸다. 잠결에 깨 휴대폰을 집어 들고 통화버튼을 찾아 눌러댔으나 전화는 받아지지 않았다.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려보니 방금 전의 일이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린다. 뭘까?


꿈과 현실을 오가다 문득 손을 바라보니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음에 그제야 꿈이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휴대폰이 어디 있는지 두리번거리며 바닥을 짚어보다가 휴대폰을 겨우 집어 들었다. 전원을 켜니 환한 불빛에 눈이 부셨다. 찡그리던 눈빛이 겨우 적응이 되어서는 수신 목록을 살펴본다. 수신 목록은 깨끗했다. 당연히 이 새벽에 전화 올 곳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이왕 휴대폰을 집어 든 김에 귀에 가져다 대고는 혼잣말을 내뱉는다.


'여보세요.'

'안녕'

'잘 자'


아무도 없는 폐쇄된 공간에 혼잣말은 전파를 타지도 못하고 시커먼 새벽 공간에서 산산이 부서진다.


휴대폰 액정의 시간을 바라보며 기상 시간까지 얼마나 더 잘 수 있는지를 계산해본다. 두세 시간은 충분히 자고도 남을 거라는 걸 알고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잠은 오지 않는다. 잡념 하나에 잡념 하나를 추가하여 뒤섞어 비벼대니 졸음이 솔솔 오기 시작한다. 거기에 또 잡념 하나를 더 추가하려고 할 무렵 세상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다.


끊어진 필름 뒤 눈을 떠보니 밖은 아까보다 훨씬 밝아 있었다. 몇 시인가 싶어 휴대폰을 집어 들어 보니 마침 기상 알람이 울렸다. 1초도 어김없이 그렇게 울렸다. 소름 돋는다. 어찌 이리도 기상 시간을 딱 맞췄을까. 귀신이 들러붙었거나 혹은 본능적인 더듬이가 1초까지 재어가며 재깍재깍 거리고 있었거나 혹은 지금껏 살아온 그 수많은 나날 중의 단 하루의 우연의 일치일 뿐일 게다.


어제와 소소하게 다른 하루의 시작은 그렇게 시작하였다.


반복적인 일상이라고 심심하고 지겹다고 말하는 건 단지 입에 배인 습관일 뿐이다. 그런 하루는 마치 쓰레기통의 휴지처럼 구겨진 채로 쉽게 버려져 버릴지도. 컴퓨터의 '복사하기'를 빼다 박은 쳇바퀴 같은 반복적인 일상인 줄 알았더니 소소한 일들에 집중하는 순간 매일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오늘의 나의 하루를 조금은 소중하고 조금은 아름답게 써 보고자 한다.


여름이지만 시원한 산들바람이 도시 속 깊숙이까지 파고 들어와 스트레스 가득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에어컨 바람에 시달린 피부는 따뜻한 햇볕의 토닥거림에 위로를 받는다. 식후의 산책길은 더없이 가볍고 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수다에는 끼고 싶진 않지만 뭔가 재밌을 것만 같아 귀를 쫑긋 세운다. 매일 부딪히는 비슷한 일상이었지만 오늘따라 유달리 다르게 다가오는 하루는 잠으로 시작해 잠으로 끝날 운명의 하루겠지만 오늘따라 정이 가서 꼭 안아주고 싶어 진다.

'이리 와. 한 번만 안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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