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후 이쑤시개

두뇌가 실수를 덮으려고 작당모의를 하는 발칙한 소리

by 생각하는냥

마트의 만두코너에 갔을 때 시식코너를 그냥 지나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빠삭해 보이는 비주얼과 만두 특유의 향이 눈과 코를 마비시켜버리면 이내 발걸음은 자동으로 시식코너로 향하게 된다.


단지 양배추 하나와 누룽지를 사려고 들린 마트였다. 그러나 어쩌다 보니 카트에는 이미 과일과 음료가 채워져 있었고 역시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만두코너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미 난 시식코너 앞에서 만두에게 모든 시선을 빼앗긴 채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엉겁결에 올라간 손은 시식코너에 마련되어 있는 녹색 플라스틱 이쑤시개를 쥐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쑤시개는 잘 익은 만두 하나를 찍어 올려 들어 입안으로 들이밀어 넣었고 이내 입안에서는 빠삭빠삭한 만두가 씹히면서 입안 가득 만두의 향내를 채워갔다.


다 먹고 나자 그제야 현타가 밀려왔다. 문득 이쑤시개를 어디서 집어 든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사용 전의 이쑤시개를 집어 들었어야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용 후의 이쑤시개를 든 것만 같아서였다.


이미 만두는 식도를 지나 머나먼 여행을 떠난 지 오래라 시위를 떠난 화살이었고 주워 담을 수 없는 엎지른 물이었다. 이미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아차라니 두뇌가 합리화를 시키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였다.


다른 사람들도 이미 찍어서 먹기만 했을 뿐 침을 대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야.

사용 후 이쑤시개 공간에는 딱히 몇 개 되지 않은 이쑤시개들만 있었으니 별 거 없을 거야.

아니야, 넌 분명 사용 전 이쑤시개에서 뽑았다고.


자기 위안을 위한 몇 개의 사안들을 떠올리고 나니 그제야 혼란스러운 마음이 가라앉았다.


계산을 마치고 나자마자 음료 하나를 따서는 들이마셨다. '캬. 죽인다.'

몸안에 들어갔을지도 모를 뭔가 찝찝한 것들을 탄산으로 다 터져 죽이리라.


또다시 '벌컥벌컥', 이것은 두뇌가 실수를 덮으려고 작당모의를 하는 발칙한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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