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죄죄

습관은 아는 것을 지나치게 한다.

by 생각하는냥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모습을 슬쩍 바라보고 순간 놀랬다.


'어? 누구?'


뭔가 심상치 않음을 그제야 깨닫곤 다시 올라가는 버튼을 눌렀다. 흔들리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샴푸 향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분명 어제저녁 머리를 감았는데 머리 모양새가 샴푸를 한 머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웬만해선 그냥 출근할 만도 했는데 요즘 밤새 운동을 하느라 땀에 절어 있던 머리였던지라 이대로의 출근은 도저히 봐줄 수도 없거니와 용납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 집으로 되돌아갔다.


급하게 머리를 감고 나오긴 했는데 어제저녁의 무의식으로 행해진 어이없는 행동에 웃음만 나올 뿐이다.


최근 들어 저녁 시간이 되면 가벼운 운동을 한 후 샤워를 한다. 보통 샤워 순서는 이렇다. 머리를 감은 후 세안을 한다. 나머지는 뭐 그냥저냥.


어제저녁에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운동을 하고 난 후 샤워를 하였다. 마리를 먼저 감았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샴푸질을 한다는 게 그만 비누를 먼저 집어 들었고 이왕 비누를 든 김에 세안부터 해버린 것이다. 여기서 순서가 꼬였는데 세안을 하고 나니 샴푸질 생략한 것을 순각 잊어먹고 그대로 샤워를 마쳤던 것이다. 무심결에 한 행동치고는 너무 생생하게 기억이 나니 더 우습다.


습관이 무섭다. 아는 것을 지나치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으니 말이다.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다행히 푸석푸석한 머리는 면하긴 했지만 그다지 나아진 것 같진 않다. 손을 대야할 부분은 머리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웬 꾀죄죄한 낯선 얼굴에 놀라는 건 머리를 감기 전이나 후나 매 한 가지 같다. 빼먹은 것은 샴푸질이 아니라 스타일인 것 같다.


강력한 태풍 '바비'가 북상 중이라 한다. 한반도를 그대로 뚫고 지나갈 모양인 듯한데 이왕 가는 김에 나의 오징어 스타일도 같이 데리고 가주길 바란다. 자고 일어나면 빛나는 얼굴만 남아돌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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