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건 어떻게든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다.
태풍 '바비'덕분에 뜻하지 않은 오후 출근은 직장 생활에서 우연찮게 주은 듯한 득템이었다. 그러나 아점을 먹은 덕에 점심을 안 먹기도 그렇고 밥을 먹자니 과하다 생각되던 차에 마침 서브웨이가 떠올랐다.
서브웨이 샌드위치는 선택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장벽 같은 존재다. 딱히 취향이 없으면 고르는 게 더욱 곤란해진다. 대신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덕분에 '몇 번이요', '뭐뭐 주세요'를 너무도 능숙하게 한다. 실은 뭐가 무슨 맛인지 몰라서 아무 맛 대잔치인데 말이다.
사무실로 가지고 와서는 요 녀석의 옷을 차근차근 벗겨보니 먹음직한 자태를 드러냈다. 오른쪽부터 먹을지 왼쪽부터 먹을지 고민을 하다가 아무래도 먹을 게 많은 곳부터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그러자 속 안에 숨어있던 소스가 밖으로 뿜어져 나오며 입 주변에 잔뜩 묻어버렸다.
이 샌드위치는 매번 그렇지만 입 주변에 소스를 묻히지 않고는 먹을 재간이 없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소스를 입에 묻히지 않고 먹을 수 있을까?
1. 입을 크게 벌린다.
2. 입을 더 크게 벌린다.
3. 입을 매우 크게 벌린다.
4. 소스를 아예 뺀다.
이 중에 답이 뭐가 있을까?
지인에게 물어보았다. 어떻게 먹는 게 좋을지. 그러자 지인이 답했다.
'소스를 묻히더라도 맛있게 먹으면 그만입니다.'
우문에는 현답이 따라오는 법칙이 존재한다. 이것은 마치 공포영화에서 '하지 말란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는 것과 같은 류의 법칙 같은 것처럼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세상을 살면서 답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우둔한 질문을 던져보자. 그럼 주변인 중의 누군가가 현명한 답을 내줄 것이다. 다만 본인의 우둔함을 드러내면서까지 질문을 해야 할 만큼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겠다.
오늘도 먹는 건 어떻게든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라는 훈훈한 마무리로 글을 맺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