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지 않은 주말 오후의 흔한 후회

최소한 나란 사람에게는

by 생각하는냥

코로나19로 인해 집, 회사만 오가는 식상함은 마치 수개월째 쌀밥에 김치만을 먹는 것 같은 지루함을 가져다주었다. 주말이면 집에 붙어 있는 게 취미인 나조차도 이제 주말이 되면 산책을 나서게 된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나간 길에서 껌을 쩝쩝 씹어대며 한쪽 다리를 흔들어대고 있는 것 같은 동네 깡패 같은 이들을 흔하게 만나 깜짝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그렇게 경고를 해대는대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거나 턱에만 걸치고 다니는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다니는 걸까. 운동을 나왔으니 당연히 호흡에 지장이 있겠지만 본인이 걸릴지도 모르고 혹은 본인이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바이러스를 맘껏 뿜어대는 저 무자비함이라니.


애써 그들을 피해 따가운 햇볕은 쬐어가며 조금 멀리 돌아가다 보니 은근 운동이 더 되는 듯하다. 난 운동을 위해 이러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을 피해 이러는 것일까.


마침 집에서 연락이 왔다. 산책은 언제 나간 거냐며 이왕 나갔으니 오는 길에 '오리고기'를 사 오라는 거였다. 어차피 집에 가는 길에 마트가 있으니 그러겠노라고 하였다. 이건 뭐 오나가나 다 시키는 사람뿐인 건지. 나도 누군가를 시켜먹고 싶다.


마트에 들렸다. 먼저 오리고기를 집어 들고 집에 전화를 걸어 이 고기가 원하는 고기인지를 물으니 갑자기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게 아닌가. 아니 뭐 이런. 그냥 사갔으면 어쩔 뻔했나. 필요가 없어졌으면 문자라도 혹은 전화라도 해주는 게 매너 아닌가.


투덜거리며 집으로 향하려는데 눈앞에 음료코너가 쫘악 펼쳐져 있었다. 마치 매섭게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 가운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포장마차 안의 어묵 국물의 유혹처럼 음료수 한 캔 한 캔은 그렇게 나를 유혹해 들어오고 있었다. 이것도 맛있겠고 저것도 맛있겠고 저저 것도 맛있겠는 이 지독한 유혹의 상황에서 문득 그래도 나름의 운동을 한 것인데 음료 한 캔으로 도루묵이 되는 상황을 도저히 간과할 수 없었다.


이윽고 마음을 다잡고 그 유혹을 어렵게 뿌리치며 집으로 향했다. 이 정도면 황진이의 유혹을 뿌리친 서경덕쯤의 품격은 되지 않을까? 뭐 그래 봤자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땅을 치고 후회를 한다. 아, 음료 한 캔은 사 올 걸.


사람은 제 아무리 유혹을 이겨내 봤자 후회를 밥 먹듯 하는 동물이다. 최소한 나란 사람에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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