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기에 대한 아무 말 대잔치

자, 이제 멍 때리러 나가자.

by 생각하는냥

멍 때리고 걸을 땐 이어폰의 볼륨을 조금 높이고 정면에서 36.5도 아랫방향을 바라보고 걷는 게 제일 좋다. 사람들의 얼굴과 시선을 무시하면서 걷기에 딱 좋은 각도다. 굳이 왜 36.5도여야 하냐고 따진다면 사람의 체온이 36.5 도인 게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로는 거기서 너무 꺾으면 목이 아프고 너무 정면이면 사람들 시선과 마주치게 되기 때문에 그렇다는 나름의 합리적 기준이라 우겨본다.

멍 때릴 때 사람들 시선은 왜 피해야 하는가? 초점이 흐려져서 약 먹은 듯한 눈빛이 될 때 멍 때리기가 딱 좋은데 이때의 눈빛을 타인이 바라보게 된다면 약 먹은 사람처럼 오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지극히 주관적인 주장일 뿐이니 오해는 없어야 한다.

그러다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공간에선 정면에서 바라보이는 먼 공간의 한 지점을 바라보며 걷는 것이 가장 좋다.

가만히 앉아서 멍을 때리다 보면 잡생각이 동네 양아치 수준으로 집적거리기 때문에 좋지 않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마치 맹수가 먹이를 사냥하듯 기회만 노린다. 그래서 뭐라도 하면서 멍 때리는 게 좋은데 그중에서 걸으며 하는 게 젤 좋다. 한없이 좋다. 역시나 지극히 주관적인 주장일 뿐이다.

그럼 멍은 왜 때릴까?

할 일이 없어서 때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걱정이 고민이 많아서 때린다. 그런데 그런 말이 있더라.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걱정한다고 걱정이 해결되지 않으니 적당히 하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아예 손 놓고 걱정을 하지 말란 얘기는 아니다. 아무튼 그 적당히 걱정을 하려고 그래서 멍을 때리는 것이다. 일단 멍을 때려서 머릿속의 비워진 공간에 걱정할 공간이 들어서기 딱 좋으라고 말이다. 입주하기 전에 인테리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나 할까? 걱정이란 놈은 입주비도 내지 않으면서 뻔뻔도 하다.

자, 이제 멍 때리러 나가자.

혹시라도 업무 중에 자리를 좀 오래 비운다고 누가 뭐 라거든 이 글을 퍼다 그의 눈 앞에 보여주라. 나 지금 멍 때리는 중이니 말 시키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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