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챈 혼밥

혼밥이 제 아무리 뛰어봤자

by 생각하는냥

어쩌다 보니 혼밥인 점심이었다.


점심을 같이 하던 한 사람은 외근이었고, 그와 사내커플인 여직원은 배가 쓰리다며 병원에 간단다. 여직원의 입장에서는 남자 친구가 외근이니 다른 남자와의 단 둘의 식사는 제 아무리 친하다 한들 부담스러웠나 보다. 아니, 그냥 나라서 부담스러웠지도 모른다. 사람이 부담스럽다는데 거기에 무슨 이유가 있겠나. 왜 그런지는 궁금치 않다. 지난번에도 이런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나와 단 둘이 점심을 같이 하지 않을 거라는 건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바다.


혼밥이다 보니 남들과 같은 밥 시간대에 가면 한 사람이 4인 테이블을 차지해야 해서 식당의 눈칫밥을 먹기보다는 조금 늦은 시간인 오후 1시쯤 나가게 되었다. 역시나 이 시간에 가니 자리가 남아돈다. 아무 데나 앉아도 눈칫밥은 면할 수 있겠다.


식당에 착석하여 주문을 넣고는 기다리는데 옆 테이블에 역시나 어인 처자가 혼밥을 하러 앉았다. 책상 위에 올려진 약봉투를 봐서는 병원을 다녀오는 길로 보였다. 그런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에서 갑자기 허리를 수그리더니 그녀의 탱탱한 엉덩이를 내쪽으로 불쑥 들이미는 게 아닌가.


어? 어디 다 큰 처자가 이 밝은 대낮에 엉덩일 외간 남자에게 보인단 말인가. 둘 중 하나다. 전혀 신경을 쓰지 않거나 혹은 유혹이거나. 그러나 당연히 유혹 일리는 없다. 그냥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데 한 표다. 이 말인즉슨 너 따위는 사내로 보이지도 않는단 말이기도 하겠지.


그대가 바닥에서 무엇을 주웠는지는 모르겠으나 대놓고 이러기 있기 없기. 에잇,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에서 나의 탱탱한 엉덩이를 불쑥 들이밀며 도발을 할까 보다.


그러나 그러든지 말든지 아마도 그녀는 신경을 쓰지 않거나 혹은 더럽다고 자리를 옮겨 앉겠지? 도발이라기보다는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겠지.


그러는 사이 드디어 밥이 나왔다. 도발이고 나발이고 난 나의 밥을 먹겠다.


혼밥, 참 편하다.

밥 먹는 속도를 따라가지 않아도 좋고

멍 때리며 먹어도 상관없고

그리고 앞에 놓인 반찬이 모두 다 내 거라는 무한한 장점이 있으니.


그래도 말이다.

좋은 사람과 먹는 밥이 더 맛있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좋은 사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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