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무릎의 억울함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by 생각하는냥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하던 중이었다. 무심코 의자 위로 다리를 올려 웅크려 앉았고 두 다리를 팔로 감쌌다. 그 자세로 드라마를 재생시키고 보다 문득 졸고 말았다. 얼마나 졸았는지 모르겠는데 정신을 차릴 즈음 그만 일이 터지고 말았다.


다리를 감싸고 있던 팔에 힘이 풀리면서 오른쪽 다리가 그대로 튕겨져 나가 바닥을 향해 떨어져 갔다. 그러다 무릎이 그만 책상 모서리와 거침없는 박치기를 하고 만 것이다.


충격이 어찌나 컸던지 소리도 컸다. 오른쪽 무릎이 깨지는가 보다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소리만 컸지 통증이 심하지는 않았다.


그 충격이 바로 엊그제의 일이었다.


그리고 어제 샤워를 하던 중이었다. 머리도 감고 구석구석 땀내를 씻어내고 욕조를 벗어나려는데 무슨 생각을 했었던 건지 자칫 발을 헛디디며 휘청거렸다. 순간 왼쪽 다리를 욕조 바깥쪽에 디디려고 재빨리 다리를 뻗었는데 하필이면 무릎이 욕조 모서리에 거침없는 박치기를 하고 만 것이다.


'뻑'


소리가 요란하게 컸다. 어제보다 더 컸다.


누가 내 인생 자체를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가지고 노는 것 마냥 하루 사이에 양쪽 무릎이 사이좋게 타박상을 입은 것이다. 오른쪽 무릎이 다치니까 왼쪽 무릎이 미안해했거나 혹은 오른쪽 무릎이 사이좋게 다치자고 왼쪽 무릎에게 사주를 했거나 혹은 오른쪽 무릎이 일부러 휘청거리게 해서 왼쪽 무릎을 일부러 다치게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오른쪽 무릎을 쪼아보며 물었다.


'너 왜 그랬어?'


'뭐가요?'


'네가 일부러 그랬지?'


'저는 아무 짓도 안 했어요.'


'그럼 왜 터무니없이 왼쪽 무릎이 깨졌을까?'


'그건 왼쪽에게 물어보셔야죠.'


'...........'


이런 걸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다고 하는 것이다. 분명 오른쪽 무릎이가 사주한 게 맞는 거 같기는 한데 말이다. 오른쪽 무릎이를 체포할만한 증거가 없으니 왼쪽 무릎이는 억울할 뿐이다.


왼쪽 무릎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족발 내지는 보쌈을 공급해줘야 할 것 같기는 한데 그렇게 하자니 열심히 운동하며 몸짱은 아니어도 뱃살만 어떻게 해보자고 음식 조절하고 있는 배둘레햄 군이 순순히 허락할 것 같지가 않다.


그냥 왼쪽아, 네가 참아라.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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