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과 인간의 낚시질

인간은 대체로 나쁘다.

by 생각하는냥


선발대가 출발하였다.

선발대는 정찰을 하는 동시에 간 보는 역할을 하였다. 인간들의 행동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한참 인간들이 분주하게 출근을 하고 있는 중이라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인간을 먹잇감으로 삼기에는 적당하였다.


선발대에 이어 본진이 출발하였다.

그들은 중무장을 한 정예병이었다. 하나같이 굵고 묵직하여 인간들을 괴롭힐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소리 없이 인간 세계로 침범해왔다.


선발대는 준비하지 않은 인간들을 간 보며 그들 위주로 선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 그들의 머리 위로 툭툭 떨어졌다. 몇몇 인간들은 미리 준비한 우산을 꺼내 들었지만 다수의 인간들은 빗방울을 그대로 맞아가며 분주한 걸음을 걷고 있었다. 선발대로 내린 빗방울이 이내 멈추었고 그들의 공격이 그걸로 끝이라 생각한 인간 몇몇은 우산을 접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이내 본진이 갑작스레 후드득후드득 쏟아지며 우산을 접었던 인간들의 머리에 기습공격을 가하였다. 놀란 인간 몇몇은 재빨리 우산을 펴 들었다.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인간 중 몇몇은 총총걸음을 재촉하였지만 이미 포기한 몇몇은 비를 맞든 말든 상관없이 느긋하게 걷고 있었다.


비가 올 것 같지 않은 날씨에 갑작스러운 소나기였다.


소나기는 대체로 여름에 왔던 듯싶다. 국내 기준으로 주로 5월~8월 사이에 자주 있는 현상이라는데 올해 두 달여에 가까운 기나긴 장마를 접했던지라 9월 중순의 소나기는 뭐 그리 이상할 게 없어 보였다. 다만 하필 왜 출근시간이었냐는 불만에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을 뿐이다.


그러나 항상 가방에는 3단 우산을 가지고 다니던 터라 비의 공격을 너무도 간단하게 막아낼 수 있었다. 우산을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면 평소의 무게감이 더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비가 오는 날을 생각하면 무게감이 피로를 느끼게 한 적은 없었다. 게다가 써먹어 본 적은 없지만 가끔 호신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1년 365일 중 근무일 수 약 250일 동안 우산의 무게감을 감내하는 것이다.


그래도 좋다.

머리를 맑게 해주는 소리 중의 하나가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니까. 얘네들은 자기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사람에게 소소한 행복감을 가져다주지 않던가. 삐죽 튀어나왔던 입술은 이내 평정을 찾고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빗방울은 한결같은데 사람의 마음은 들쑥날쑥한다.


문자가 하나 왔다.

무슨 이벤트에 참여하면 최대 1만 포인트를 준다고 한다. 이벤트는 퀴즈였고 검색어까지 제시가 되어 있어서 정답을 적는 게 쉬울 거라 생각했다. 쉬운 이벤트라서 귀찮은 일이 없을 것 같아 클릭을 하였다. 최대 1만 포인트라서 적게는 1천 포인트는 줄줄 알았다. 또한 이미 링크가 다 되어 있어서 쉽게 정답을 찾을 줄 알았다.


클릭을 하고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나온 검색 결과들을 클릭해봤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정답은커녕 상품에 대한 안내만 나오며 말만 빙빙 돌리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이런 구라쟁이들을 봤나.


대체로 나 같은 유형의 사람은 쉬운 줄 알고 참여했다가 이렇게 쉽지 않은 상황이면 오기로 끝까지 간다. 이것들이 사람을 제대로 낚시질하였다. 대여섯 개의 검색 결과를 더 찾아보고 나서야 겨우 정답을 알아내어 정답란에 정답을 기입하고 참여하기 버튼을 클릭하였다.


'10 포인트가 적립되셨습니다.'


헉. 10포인트. 10포인트. 10포인트. 나의 노동의 결과가 10포인트라니.


자연은 사람에게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지만

인간은 사람에게 수시로 낚시질을 하며 절망과 좌절을 가져다준다. 10포인트 정말 감사하게 써먹겠다. 'ㅁ나어마니ㅓㅇ마ㅣ너아ㅣㅁ너이ㅏㄴ머이ㅏㅁ너이ㅏㄴㅁㅁ나ㅓㅇ마ㅣㅓㄴ아'(분노의 자판질)


인간은 대체로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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