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후유증

혼술, 이렇게나 위험한 거였구나

by 생각하는냥

보통 전날 술을 마시고 나면 잠은 빨리 오는 편이지만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중간에 여러 번 깨고 숙취가 꼭 따라오곤 했다.


그런데 어제 따뜻한 국물과 함께 속도를 조절하면서 혼자 마시니 대화할 사람이 없어 말하지 않아도 되니 목이 편안하고 속도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그래서 유난히 잠을 잘 잔 것 같다. 이러다 혼술에 빠져버릴지도 모르겠다. 혼술이 심심하긴 해도 이리도 좋은 건 줄 왜 여태 몰랐을까.


지랄 맞은 일들이 생겨도 시간은 흘러가고 어느덧 2020년 9월 18일이다. 낮시간도 벌써 다 지나가고 저녁은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았다. 남은 시간도 금세 흘러가버리고 내일이 오늘이 되어버리겠지.


우리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는 어떤 일을 하게 되든 어떤 일을 겪게 되든 냉정하게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는 그 무엇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행복도 금방이고 상심도 금방 지나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간에 무조건 맡긴다는 것은 바보나 하는 일이다. 사람의 마음에 무엇하러 상처를 만들려고 하는가. 무엇보다도 상처는 내지 않는 게 가장 현명하다. 그럼에도 상처가 났다면 그것을 치료하고 가야지 그대로 두면 곪을 수 있는 것이다.


헤어질 때 잘 쓰는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하지만 그건 슬픈 사랑이 담긴 연애 소설에나 쓸 일이다. 현실에서는 상처를 내고 곪아서 문드러질 뿐이다. 시간이 지난다고 잊히고 사라지는 건 아니다.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무엇하러 시인들이 시를 쓰고 무엇하러 가수들이 불렀겠나. 그리고 그런 시를 읽고 그런 노래를 듣고 수많은 사람들은 왜 그토록 눈물을 흘렸겠나. 그렇다. 상처가 치료가 된 게 아니라 곪았기 때문이다. 곪은 게 터진 것이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하는 그런 헛된 소리는 접어야 한다.


'우리는 만날 운명이 아니었나 봐'


제대로 만나려고 약속을 한 적도 없었으면서 운명 타령을 하는 것도 상처를 키우는 일이다. 운명이라는 건 노력이란 노력을 다 하고도 되지 않았을 때에나 하는 말이다. 인간의 노력으로도 되지 않았을 때 그때서야 운명이라는 말을 가져다 붙일 수 있는 것이다.


혼술을 하고 나니 후유증이 이런 거였나?

갑자기 홀로 심각해졌다.

운명이니 시간이니 어쩌고 저쩌고 구시렁구시렁.


아! 혼술, 이렇게나 위험한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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