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이 녀석은 클레오파트라의 유혹보다 더 찐하다.
위험인물을 집안에 두었다. 이른 밤에 해치우거나 혹은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다. 대체 어쩌다가 이 시간까지 방치한 것인가. 지금은 자정이다. 그는 냉장고에 있다. 바로 햄버거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시간이지만 운동을 했고, 샤워도 마쳤다. 또한 음식물을 먹지 않겠노라고 이까지 닦았다. 이제 물 이외에는 그 어느 것도 마셔서도 먹어서도 안 된다. 잠깐 뭘 하거나 혹은 바로 자면 그뿐이다.
그러나 냉장고에는 햄버거가 있다. 자꾸 생각이 난다.
잡념을 버리려고 음악을 들었고 드라마도 보았고 예능 프로도 보았다. 포털의 기사를 보면서 쓸데없는 기사에 쓸데없는 댓글을 달면서 머릿속에서 햄버거를 지워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오른쪽 귀에 속삭인다. '냉장고에 햄버거가 있어.'
누구냐 넌. 속삭이는 건 바로 내 안의 또 다른 제어되지 않는 '나'다.
마치 이별하기로 하고 지우지 못하는 연인을 떠오르기라도 하는 것 마냥 냉장고 안의 햄버거를 자꾸만 떠올린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그리고 또 다른 먹을 것이 없는 것도 아닌데. 더군다나 햄버거는 이미 냉장고 안에서 식어버려서 방금 데워 나온 햄버거에 비하면 그리 맛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자꾸 생각이 난다. 비록 김 빠지긴 했지만 콜라까지 있으니 더 잊지를 못하겠다.
이 밤에 기름기를 먹는 것만큼 바보스러운 일은 없으리라는 것을 안다. 더군다나 식어버린 햄버거는 더 이상 내가 생각하는 그 맛이 아닐 게 뻔한데도, 그리고 다 먹고 난 다음의 느끼함이 떠올려지는데도 여전히 잊지를 못하겠다. 이미 식어서 향을 뿜어대는 것도 아닐 텐데 이 녀석 냉장고 문을 뚫고 나를 자꾸 불러댄다. 반칙이다.
그래, 이 밤에 먹는 것은 포기하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햄버거를 지우지는 못하겠다. 자야 할까? 이러다가는 꿈속에서 먹어치울지도 모르겠다. 냉장고 안의 햄버거가 원래 이렇게 매혹적이었던가? 오늘 밤, 이 녀석은 클레오파트라의 유혹보다도 더 찐하다.
안돼 안돼. 아서라.
그만 자자.
버거야, 너도 잘 자. 끼 그만 부려라 자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