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더럽게 추운 날

by 생각하는냥

"더럽게 춥네"

아침 출근길에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자연스레 팔짱을 낀 채로 차디찬 바람을 맞아가며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춥냐고. 날씨 앱을 실행해보니 최저 기온이 4도라고 나와 있었다. 이번 주말에 단풍이 최고일 거라고 하던데 자칫 눈 맞아가며 단풍을 볼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주말 날씨는 오늘보다는 조금 따뜻할 거란다.

그러면 뭐하나. 코로나 19 영향으로 단풍이고 뭐고 간에 올해는 집안에 콕 틀어박혀 있을 건데. 그러나 전혀 투덜거리고 싶지는 않다. 원래 밖에 나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지라 코로나 19는 매우 적절한 핑곗거리다. 덕분에 방바닥을 뒹굴어 다녀도 그다지 히키코모리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 추위가 점심때면 좀 풀릴 줄 알았다. 대개 점심이면 따뜻한 해가 중천에 떠서 뜨겁게 지구를 덥혀줄 테니까. 어제까지만 해도 그러지 않았던가.

점심이었다. 어? 이래도 돼? 여전히 춥다. 근처에 친구가 온다고 해서 식당을 어디로 갈까 궁리까지 다 해놨었는데 차디찬 바람은 경로를 급 변경하게 만들었다. 그냥 제일 가까운 식당으로.

대개 맛집이라고 해서 데려가면 그 날이 장날이라고 유난히 그 날 따라 맛이 없어서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오늘은 유난히 맛이 없다 하더라도 핑계를 댈 수 있다. 춥다 보니 제일 가까운 아무 식당이나 데려간 건데 누가 뭐래.

인생 참 쉬운 날이다.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하지 않아도 되고 추위 때문에 맛없는 식당에 데려가도 되고 이보다 더 좋은 핑곗거리가 또 있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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