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를 버려서라도
기억 속의 과거로 돌아간다면 넌 언제로 가고 싶어? 망설이지 않고 다섯 살이라고 하고 싶다.
감기에 잘 걸려서 병원에 자주 갔었던 시절이더라도, 비록 주삿바늘이 무서워서 엉엉 울었던 시절이더라도, 컴퓨터가 없어서 인터넷을 할 수 없었던 시절이더라도, 쌀밥이 아닌 정부미를 먹던 시절이더라도, 고기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이더라도, 흑백텔레비전을 봐야 했던 시절이더라도, 극장 가기가 어려웠던 시절이더라도, 누리고 있는 모든 걸 박탈당하더라도 가족들이 모두 온전한 상태로 있었던 그 시절로 가고 싶다.
비록 사랑하는 여인들이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영영 만나지 못할 수도 있을 그 시절이겠지만, 그렇더라도 다섯 살의 그 시절로 가고 싶다.
눈물이 고였다.
엄지손톱으로 약지를 꾸욱 찔렀다. 안 참아졌다. 다시 엄지손톱으로 중지를 꾸욱 찔렀다. 그제야 간신히 참아졌다. 다행히 고인 눈물이 흐르는 걸 피할 수 있었다.
현실 속의 타임머신은 없다. 현실적으로 그런 기계를 만들 수도 없다. 신도 제어하지 못하는 게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시간 앞에서는 조물주도 무릎을 꿇어야 한다. 그런 시간을 제어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버리며 그렇게 오롯이 나만의 기억을 떠올리는 일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 설령 정신병원에 실려간다더라도 자아를 빼앗기더라도 그 속에서는 이미 멀리 가버린 그들이 모두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를 버려서라도 그들을 찾아 떠나는 날이 올 수 있을까?